입학 시즌이 시작됐다. 대학 별로 합격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네들은 ‘대학 새내기’라는 새로 부여받은 타이틀에 밤잠을 못 이루리라. 여기저기서 축하 인사를 듣고, 새내기 모임에도 참가하여 생애 첫 공식 음주를 시작하게 된다. 대학에 가면 무엇을 할까 설레기도 하고, 지난 12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 뿌듯함이 넘칠 것이다. 그동안 보지 못 한 것, 읽지 못한 것, 듣지 못한 것, 쓰지 못한 것을 해보겠다는 의지에 충만해 있을 것이며, 팔방미인 대학생 소리를 듣고 싶어 영어 공부도 시작하려 할 것이다. 마침내 정말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술도 먹고, 엠티도 가고, 수업도 듣다보면 정신없는 3월이 지나갈 것이다.

그러고 나면 무엇이 밀려오는가. 만족감을 얻은 사람도 있고, 계속하여 3월의 정신없는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텍사스의 들소들처럼 몰려오는 감당 안 되는 자유’에 빠져 허덕이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졸업하자마자 성인이 되고, 그에 뒤따라 일상에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얻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담임선생님도, 가정통신문도 없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무언가 먹고 싶은 열매가 있다면, 단순히 스스로 열매를 따는 것을 넘어서 그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나무에는 어떻게 올라야 하는지, 열매를 딸 때의 주의 점은 무엇인지를 모두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 능동적으로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능동적이어야 하는가. 조금은 식상한 말이지만 쉽게 말해 경쟁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어 푸르른 꿈을 드높일 새내기들에게 경쟁이라는 매몰찬 단어를 들려주어야 해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것이 현실인데. 미안한 얘기지만 88만원 세대니, 인턴 세대니 하는 말들은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경쟁 사회에서는 '타인의 기회에 대한 무지'는 곧 본인의 이익이다. 내가 기회를 얻고 준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기회를 모르게 되는 것 역시 경쟁률이 조금이나마 낮아지게 되는 일이다. 가만히 있어서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고는 학교 선배가 말해주는 것들과 e메일을 통해 날아오는 전단지 수준의 광고뿐이다. 참으로 각박하고 삭막한 사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능동적인 자만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에서 막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이 얼마나 열매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년간 받아온 초등, 중등 교육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얼마나 키워주었는가. 대학 예비 새내기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학사 시스템 안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통해, 교과서와 선생님의 말씀에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받았던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다. 이들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외부활동을 하고, 외부 장학금을 알아보며, 학사 제도의 변화를 확인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비관적임을 알 수 있다.

△ 새싹이 피어난 봄의 캠퍼스 (출처 : http://www.mkgsa.org/zbxe/?document_srl=2218&mid=board_Photo)


이제 20살이 된 친구들이여,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얼 어쩌겠는가! 이제와 학생에게 수동적인 것이 미덕임을 보여주던 초등, 중등교육을 한탄하여 무엇 할 것인가. 그보다는 이제라도 능동적인 태도를 내면화 하여, 4월 달 즈음에 겪는 ‘과도한 자유의 경험에 의한 정신 공황’의 폭풍에 조금이라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2월의 연습'과 '3월의 각성'이다.

우선 2월, 입학하기 전 한 달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3월이 오기 전, 그리고 아무 곳에도 적을 두지 않고, 시간은 너무나도 넘쳐나는 이 시기를 잘 활용하자. 굳이 눈에 보이는 전리품은 없어도 좋다. 무언가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여 막막하던 일을 헤쳐 나가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해 보기도 하고, 자신이 합격한 대학이 아닌 또 다른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해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닌 스스로 알아내고 생각하여, 무엇을 이뤄보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3월의 각성'이다. 바쁜 새내기 활동을 하는 와중에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인간은 관성이 강한 동물인지라 직접적 경험을 통한 깨달음이 아니라면 그동안 지켜왔던 생각이나 사상, 생활 패턴 등을 바꾸지 않는다. 따라서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몸과 마음을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바꾸려면, 내재된 '능동성'을 각성시킬 만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인간관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다. 선배들이나 조금 앞서나가 일찍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주변 친구들의 외부 활동들을 하나 둘 씩 인식해 나가고, 그러한 간접 경험을 통해 소속 대학이라는 울타리 너머에 얼마나 드넓은 세계가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책이나 인터넷 같은 간접 경험이 아니라 실재의 인간관계를 통해 반 간접적인, 사실상 거의 직접적인 경험을 해야 한다. 수 없이 많은 외부 장학금이 존재하며, 수없이 많은 연합 동아리가 활동하고, 수없이 많은 공모전과 대회가 열리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대오각성 해야 한다.

무엇이든 갑작스러운 것은 해롭다. 갑작스런 기온 변화는 감기에 걸리게 하고, 갑작스런 음식은 사람을 체하게 한다. 자유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맞이하는 자유는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혼란스러움일 뿐이다. 자유에 있어서도 ‘유비무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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