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인터넷 악성댓글을 막기 위해 도입됐던 ‘인터넷 실명제’가 이렇다 할 효과도 없이 5년 만에 폐지된 것이다. 결정의 주요 근거는 ‘표현의 자유’. 당연한 결과에 당연한 근거다. 그러나 전후(前後)만을 얘기하기에는 논란의 크기에 비해 결과가 너무 단촐하다.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실명제’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둘 사이의 관계와 악성 댓글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말한 바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은 무책임하다. 인터넷 실명제는 개개인의 신상을 파악함으로써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지점이 바로 문제다. 개개인의 신상이 공개된다면 함부로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권력에 대한 비판과 내부 비판 역시 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말그대로 개개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허락한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권력을 비판하는 자, 혹은 내부 고발을 하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 보복의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하고 같은 집단의 동료들로부터 괄시받기 일쑤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익명’으로 보호받는다. ‘인터넷 실명제’는 그 ‘익명’을 앗아감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일찍이 2010년에 김종대, 송두환 재판관이 ‘인터넷 실명제’를 두고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한다”라고 주장한 이유다.

그럼에도 악성댓글은 문제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해도 악성댓글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그러나 ‘악성댓글 차단=인터넷 실명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악성댓글 차단을 위해서는 무조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악성댓글 차단에 실효성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기실 존재 이유가 없었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만을 억압하는 상황이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당성도 실효성도 없었던 셈이다.

이번 헌재의 판결은 당연하다. 그러나 환영받아 마땅한 결과다. 지난 5년 동안 한국은 암울했다. 경제 유언비어를 퍼뜨린다고 미네르바가 잡혀갔다. 그걸로 모자랐다고 생각했는지, 정부는 직접 나서 자신들을 비판한 일반인을 사찰하기도 했다.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되는 공간임에도 사람들은 자제하고 또 자제했다. 언제 보복을 당할지 언제 사찰을 당할지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인터넷 실명제’는 일반인 개개를 구속하는 장치였다. 이 구속이 벗겨진 상황이 당연함에도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콘텐츠에 대한 행정기관의 심의 규제와 같은 조항이 아직 남아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끝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항 등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네티즌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오늘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