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고 했던가. 보건복지부는 담뱃갑에 흡연 위험을 경고하는 그림이 실리고, 주요 담배 성분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에 초·중·고등학교 뿐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술판매와 음주를 금지시키는 방안을 더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오는 10일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이르면 내년부터 대학교내 술판매와 음주가 전면 금지된다. 또한 이 개정안에 따라 대학교 축제에서 열려 왔던 일일주점도 존재 기반을 상실하게 돼 그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하는 배경으로 “지나친 음주 폐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꼽았다. 최근 잇따르는 ‘묻지마 범죄’의 피의자들이 음주를 했던 경우가 더러 있어 술이 범죄 충동의 촉매제가 됐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그러나 음주 폐해가 지나치다고 해서 그 대상을 대학과 대학생으로 삼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정 장소에서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했지만 그 대상이 대학일 이유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그동안 발생한 성범죄 피의자 명단에 대학생들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대학 내에서 음주를 하고 범행을 저질렀는지에는 의문이 생긴다.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시키고 싶었다면 그들의 범행장소를 중심으로 금지구역을 지정해놓았어야 했다. 보건복지부가 번지수를 잘못 집은 셈이다. 캠퍼스는 음주 후 범행의 필요조건도 되지 못한다.

대학 음주 문화 자정 작용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다. ⓒ 연합뉴스


또한 개정안은 헌법 37조2항에서 정해놓은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의 가능성이 크다. 비례의 원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조항은 과잉금지의 원칙을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누구든 대학 내에서 술을 마실 수 있지만 이 개정안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대학생들이다. 개정안이 대학생들의 자유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필요한 경우인지도 더 고민해봐야 한다.

물론 대학 음주 문화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장소가 아닌 문화의 문제다. 권위적, 폭력적 음주 문화가 사회 전체에 만연해있기 때문이다. 대학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비슷한 문화가 나타나는 까닭이다. 일정 장소에서 술 마시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만으로 ‘지나친 음주 폐해’를 줄일 수 있다 생각한다면 이는 태평하고 안일하기 짝이 없는 공무원식 사고방식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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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대학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것을 낭만이라 불렀지만 이를 시작하게 한 것은 가난이었다. 그것은 술을 마시고 싶은 매순간마다 술집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술과 안주까지 시킬 여유가 없는 학생들이 만들고 이어온 가난한 전통이었다. 낭만이란 이름은 날마다 비싼 술집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은 위한, 지금처럼 대다수의 학생들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 때를 위한 허영심 가득한 치장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낭만이 입시공부에 파묻혀 병들어 버린 시간을 치유해주는, 대학생이 누리고 있는 자유의 상징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낭만이든 가난 탓이든 캠퍼스에서 따르고 받는 술은 그 누가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부 당국에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