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0일, 18대 대통령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 후보 측의 움직임이 더욱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후보로 확정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도, 아직 경선 중인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도, 또 다음 주 출마선언설이 나오고 있는 안철수 원장도 모두 말입니다. 언론들은 앞 다퉈 대선 특집을 내놓으면서 판세 분석을 하거나 지난 대선들과 비교 기사를 내기도 하는 등의 보도 경쟁을 하고 있네요. 물론 20대 언론인 고함20도 100일 간의 20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20대와 차기 대통령 사이의 소통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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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쏟아지는 기사들 속에서 가장 눈이 가는 기사는 정치면이 아니라 사회면에 있었습니다. 바로 9일 보도된 한국의 자살률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한국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6배나 되며 수년째 회원국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OECD 국가의 자살률이 하락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자살률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2010년 기준으로 10만 명당 33.5명이 자살했다는 한국의 데이터는 2위 헝가리의 23.3명과도 비교가 안 되는 ‘클래스가 다른’ 1위입니다.

한국이 서민들이 살아가기 얼마나 힘든 나라인지, 그리고 얼마나 더 힘든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외된 사람들, 밑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지 못하는 한국의 시스템이 이러한 참혹한 수치를 낳았겠지요. 그런데 연합뉴스의 기사에 실린 복지부의 인터뷰 코멘트를 볼까요?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와 나홀로 인구가 늘고 있는 데다 경제사회적 원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전반에 걸쳐 자살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네요.

자살 증가가 단순히 고령 인구와 나홀로 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왜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서구 국가들의 자살률은 우리보다 낮은 것일까요? 자살률이 높은 게 생명존중 인식이 낮기 때문인가요? 이런 말, 적어도 정부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성범죄나 묻지마 범죄는 전국적으로 이슈화시키면서 ‘전쟁’을 벌이겠다는 정부가 자살 문제에 대한 인식은 왜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인지 너무도 궁금합니다.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 국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의 삶을 구제해줄 수 있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진짜’ 정책이고 대책이지, 생명존중 인식 교육 따위가 아니에요. 고함20이 중시하는 청년 정책에 있어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서 눈을 낮춰라, 혹은 눈을 돌려보라는 식의 책임회피가 아닌 진짜 청년들의 아픔을 닦아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고요. 취업이 안 되서, 학업 스트레스로, 수많은 빚 때문에, 수능을 앞두고 청년들이 자살을 택하거나 혹은 범죄의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그런 대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차기 대통령의 기준에 대한 담론이 난무하고, 인물론이니 대세론이니 하는 말들이 떠도는 9월 10일 생각해 봅니다. 대선 D-100과 ‘자살 예방의 날’이 겹친 9월 10일, 18대 대통령의 조건은 사실 ‘국민이 자살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이 땅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그런 나라를 설계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