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정담회 두 번째 순서 ‘주거와 자립’ 열려...

한국에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난제 두 가지가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라 했던가. 청년들의 삶을 고단하게 하는 것도 사실 이 두 가지임에 다름없다.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주택 문제는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간과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20대 때만 살아볼 수 있는 게 고시원이고 쪽방이고 반지하고 옥탑방이라는 시선들. 하지만 2012년 서울 이곳에, 버는 돈 절반을 월세로 날려버리는 사회 초년생 청년들이 있고,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해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 커플들이 있고, 창문도 없는 고시원에서 낮밤도 구분할 수 없는 청년들이 있다.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 말이다.

지난 4일, 2012 서울 청년정담회 ‘여기 청년이 있다’의 두 번째 행사가 열렸다. 지난 달 첫 번째 순서로 열린 ‘먹거리와 건강’ 정담회에 이어 ‘주거와 자립’이라는 주제로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아이디어를 나눴다.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거나 공부하는 청년 80여명이 모인 이 날 행사는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당사자토크와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들어있는 정책토크로 구성되었다.

청년명예부시장팀 권지웅 씨의 기조발표로 행사가 시작됐다. 부시장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 중인 20세에서 35세까지의 청년 280만 명 중 46%인 130만 명이 부모님에게 독립해서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83%인 110만 명이 전월세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세 평균 추정액은 48만 7천 원에 달한다. 청년 54%의 월평균소득이 150만 원 미만인 통계 자료에 비추어봤을 때 주거비용이 매우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권지웅 씨는 주택 임대 시장 문제에 대해 “청년뿐 아니라 주택 임대자 전체를 기준으로 잡으면, 대한민국 국민의 40%가 매년 35조를 경제력 상위 1%의 주택 소유자들에게 바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그 부의 편중을 지적했다.

당사자토크에 등장한 청년들의 주거현실은 우리가 아는 그대로였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참가한 바 있는 직장인 박기덕 씨는 2평 남짓한 원룸텔에서 한 달에 40만 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 방의 크기는 우리나라 1인 최소 주거 기준인 14제곱미터에 못 미치는 것이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장상석 씨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인 방 3개짜리 빌라를 얻어 친구 5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한두 푼이 아닌 월세를 부모님에게 의존하고 있는 대학생은 집이라는 단어에서 ‘부채감’을 연상하기도 했고, 자립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가능한가’ 라는 의심을 품기도 했다. 월세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조금 줄어든다면 옷을 사고 싶다거나, 치킨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들도 인상적이었다.

정책토크 시간에는 평소 이 문제를 고민해 온 청년 단체들이 갖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민달팽이유니온 김은진 위원장은 전월세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는 전월세상한제와 기존 세입자에게 임대 계약 시 우선 협상권을 주는 우선계약청구권 정책을 제안했다. 주택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돈을 주는 방식의 기존 정책이 방값을 오히려 오르게 한다는 한계점을 지적하는 한 편,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나 정책은 여전히 4인 정상 가구 위주로 설계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우징롸잇프로젝트의 성승현 활동가는 “대학 내에 취업 전담 부서는 있는데 그만큼 중요한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다루는 곳은 없다”며 대학 내에 주거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동조합연구소의 박주희 연구원은 “미국 미시건대학 주변에서는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시장평균임대료의 3분의 2 정도 가격에 주택 임대가 가능하다”며 학생주택협동조합의 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이 날 행사를 찾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장하나 씨는 “도시형소형주택을 지으면 건설사에게 2~3%의 장기저리를 제공하는 혜택이 있다. 이 혜택을 건설사 대신 실수요자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 아래 1인가구주택협동조합법 입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행사를 참관한 서울시 주택정책과의 백광진 주무관은 “많은 아이디어들을 받아 적느라 손이 아팠다. 다 적었다는 것은 다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 행사에 참가한 청년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청년정담회의 당사자토크에서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한 남자 대학생은 ‘나에게 집은 f(x)다’라고 답했다. 어떤 집에 사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활이 달라진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삶의 질을 결정짓는 데 가장 중요한 함수가 바로 ‘주거함수’다. 그렇다면 청년들의 삶을 돌보는 첫걸음은 주거함수를 손질하는 것이 아닐까. 돈을 포기하고 조금 나은 방을 얻을지, 좋은 방을 포기하고 돈을 아끼는 것을 얻을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2012년의 서울청년주거함수. 앞으로 청년들의 목소리와 서울시의 행정이 이 함수를 어떻게 바꾸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다음 서울시 청년정담회는 9월 18일, 같은 장소에서 ‘일과 꿈’을 주제로 계속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