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연하고 있는 대학 내의 성희롱 사건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대학생들의 ‘그릇된’ 성의식이나 혹은 남녀의 성의식 간에 존재하는 차이들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고함20은 대학생들의 실제 성의식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애의 목적, 원나잇스탠드, 성매매, 피임 등의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는 구글독스(http://docs.goggle.com/)에 생성된 문서를 이용하여, 서울에 있는 5개 대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하였고 98명(男 52, 女 46)의 대학생이 참여하였다.



설문 조사 결과 남녀 대학생의 성의식 사이에 눈에 띄는 차이들이 나타났다. 특히 다수의 성희롱 사건에서 가해자인 일부 남성들의 답변은 매우 충격적이기도 했다. 남성 대학생들의 성의식이 변화되지 않는 이상 대학 내 성희롱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없다.


연애의 목적은 ‘정신적 교감’으로 같지만, 스킨십에 대해서는 동상이몽

연애의 목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 스킨십인지, 정신적 교감인지를 물었더니,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정신적 교감’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모든 여대생들, 그리고 3명을 제외한 남대생들이 정신적 교감이 더 중요하다 혹은 둘 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독특한 답변으로 20세의 한 남대생은 연애의 목적을 ‘섹스’라고 답해 충격을 주었고, 23세의 한 학생은 ‘초반에는 스킨십, 점점 정신적 교감’이라는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정신적 교감이 스킨십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 합의가 형성되어 있지만, 스킨십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이었던 ‘연애 시작 후 성관계를 하기까지의 기간’에 관해서는 남녀 간의 차이를 엿볼 수 있었다.



남대생들의 경우 이성을 처음 만난 당일에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36.5%(19명)에 달했으며, 65.4%(34명)의 학생이 3달 이내에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여대생들의 경우 36.9%(17명)의 학생이 혼인 전에는 성관계를 할 수 없다고 하는 등, 76.1%(35명)의 학생이 3달 안에 이루어지는 연인 간의 성관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 이성을 만난 당일에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답한 여대생은 4.3%(2명)에 그쳤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성관계를 원하는데 이성친구가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체적으로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고, 대화하고 기다린다’는 대답이 다수를 이루었다. 질문이 특별히 남성이 원하고 여성이 거부하는 경우를 상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답변들이 나온 것은 눈길을 끌었다. 여대생들 중 일부는 ‘내가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럴 리 없다.’, ‘여자가 원하는데 거부할 남자는 없다.’와 같은 답변을 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분위기의 답변들 속에서 몇몇 남대생들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폭력을 통해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할 것이라는 답변도 있었으며, 성관계도 하나의 스킨십일 뿐인데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는 답변도 있었다. 성관계시 사랑하는 감정이 더 커지므로 설득한다는 답변 등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남대생들도 더러 있었다.

사창가, 원나잇스탠드 … 남대생은 조건부 OK, 여대생은 NO!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생들이 이용(?)한다는 사창가와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원나잇스탠드에 대한 의견은 남녀가 확실히 갈리는 편이었다. 남대생들의 경우 대부분 ‘이해는 할 수 있으나,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혹은 ‘이해 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의견이었다. 반면 여대생들은 일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자들을 제외하면 모두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답변한 남대생의 17.3%(9명)이 사창가에 갈 의향이 있었으며, 46.2%(24명)에 달하는 남대생들이 원나잇스탠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대생들의 경우 사창가에 가겠다는 답변자는 아무도 없었으며, 15.2%(7명)의 여대생이 원나잇스탠드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조금 특이한 사실은 여대생의 경우 오히려 예전부터 알던 사람과의 원나잇스탠드에 대해서만 긍정적 반응을 보인 답변자가 몇몇 있었다는 것이다.

피임 문제 … 오히려 여대생이 남대생보다 더 낙태 원해

피임 문제에 관한 질문에 있어서는 다소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원치 않는 임신이 이루어졌을 경우 더 불리한 입장에 있는 여대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낙태를 원했다는 것이다. 47.8%(22명)의 여대생들은 임신을 했을 경우 낙태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냥 낳겠다는 여대생은 8.7%(4명)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의 여대생들은 주로 가족, 남자친구 등과 상의 후 결정하겠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남대생들의 경우 의외로 ‘책임지겠다’는 답변을 한 대학생이 많아 또 하나의 반전을 보여주었다. 32.7%(17명)의 남학생이 ‘낙태를 권유한다’는 답을 한 반면, 36.5%(19명)의 남학생은 ‘어쨌든 책임질 일을 했으니 책임지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여자친구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하지만 ‘헤어진다’, ‘사후피임약을 사 준다’ 등의 소수 답변은 아쉬움을 남겼다.

콘돔 사용에 관해서는 남녀 모두 당연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성관계시의 느낌 등 때문에 콘돔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도 남녀를 통틀어 9명이나 있었다. ‘콘돔 사용 안 해도 임신만 안 시키면 된다.’, ‘콘돔 대신 여성이 사후 피임약, 먹는 피임약, 페미돔 등을 통해 피임을 한다면 콘돔을 안 써도 된다.’ 등의 의견들은 조금 놀라웠다.



남녀 간 성의식의 차이를 조사해 본 결과 몇 가지 차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실제 대학생들 전체와 일치하는 지는 차치하고라도, '원나잇스탠드도 가능하고 아이가 생기면 지우면 된다는' 성의식이 성을 가볍게보기 때문이라면 큰일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들은 대학생들이 '성관계 일방통행' 문제나 '임신 후 대처' 문제 등과 관련하여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남자친구-여자친구 관계를 떠나 모든 남성-여성 관계에서 이루어진다면 성희롱, 성추행 문제도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