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씨를 만나기로 한 일요일 저녁의 홍대는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는 것쯤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9번 출구 앞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오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니, 이토록 다양한 청년들을 대표하는 청년당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이윽고 인파 속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그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청년들을 대표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말하는 솔직함에서 오히려 홍대 앞에서 만났던 다양한 20대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Q. 청년당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청년당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2012년 올해 총선에 청년당이라는 정당이 있었는데요, 20~30대 초반 혹은 정치를 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직접 뛰어들어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정당이에요. 작년에 박경철, 안철수 씨를 멘토로 모시고 진행된 청춘콘서트의 자원 봉사자들 중 50-100명 정도가 따로 조직을 만들어서 세미나도 하고 모임도 하다가 연말에 그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서울시장 선거 직후에 우리가 무언가 새로운 걸 할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정치가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영역이고, 청년실업이나 등록금 같은 것도 우리 청년 문제인데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발을 담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우리가 그걸 해 보자라고 결의를 다지게 되었죠. 그렇게 청년당이 창당되었습니다. 물론 결과는 예상과 많이 달랐지만요(웃음)


Q. 청년당 대변인으로서 하셨던 일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20대 대변인으로서 청년당의 입장이나 정책을 정리해서 알리는 일을 했어요. 그런데 이게 법적이거나 공식적인 지위는 아니에요(웃음). 제가 미디어 분야에서의 경험이 있는데 그런 경험을 살려서 주로 영상을 만드는 일도 했죠.


Q. 청년당 홈페이지를 들어가니까 ‘청년희망플랜’ 이라는 문구가 있던데 이 문구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법적으로 정당을 창당하려면 먼저 창당준비위원회가 설립되어야 하고 또 일정 기간 안에 5천 명의 당원을 모아야 해요. ‘청년희망플랜’은 바로 이 창당준비위원회의 이름입니다. 이름 그대로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세우자는 취지로 그런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Q. 왜 기존 정당의 청년 조직에 들어가지 않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 생각을 하셨나요?

당시 기존정당들의 청년조직을 살펴보면 먼저 새누리당에는 이준석 비대위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민주당에서는 슈퍼스타K의 형식으로 비례대표를 공개 모집했고 통진당에서는 청년 비례대표를 실제로 배출했죠. 그런 것들은 결국 젊은이들이 직접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프레임에 순응해 버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청년들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에게 부여받는 거잖아요. 그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접 당을 만들어서 청년 국회의원을 만들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다를 것이고, 한 명의 국회의원이 수백 만 명의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되는 거죠. 그런 취지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3월 13일에 창당대회를 홍대 클럽에서 해서 화제가 되었죠.

보통 창당 대회는 체육관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형식을 갖추고 진행되잖아요. 저희는 그런 형식을 깨보려는 시도를 한 거였죠. 일단 저희는 미니 콘서트를 준비하고 청년당 후보들이 인사를 하는 시간도 마련했는데, 선거를 앞두고는 후보들이 인사를 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해서 무산됐어요. 준비한 것들이 다 취소가 됐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시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파격이 됐던 것 같아요. 저희가 아마추어 밴드들을 많이 초청했는데, 달에핀 같은 인디밴드 뿐만 아니라 청년당 당원이면서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오셔서 공연을 보면서 다 같이 축제를 즐겼던 것 같아요.


Q. “우리 사회의 훌륭한 지도자로서 안철수 원장을 지지한다”라고 밝히셨고, 또 청년당에 ‘안철수의 아이들’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죠. 안철수 원장은 청년당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저희가 청년당을 만드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그 분의 공이 커요. 청춘 콘서트를 보면서, 그 분이 새로운 공간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위로를 받았어요.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멘토로 모신 것뿐이지 그 분처럼 되겠다는 건 아니에요. 자기 길은 자기가 개척해야죠.

Q. 오마이뉴스에서 쓰신 기사를 보니 일주일 만에 전국에서 50여 명의 청년당 사람들이 6000명의 당원을 모집했다고 되어 있던데 사람들이 선뜻 청년당 당원으로 가입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저희가 당원 모집을 길거리와 지하철에서 했는데 지하철에서 특히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었어요. 지나가시는 분들이 저희가 모집하는 걸 보고 일단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오시는 거죠. 그리고는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저희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 공감해 주시는 거에요. 재미있는 건 노인 분들도 ‘너네가 뭐가 그렇게 힘드냐’ 이런 말씀하시면서도 선뜻 서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아마 저희가 순수해 보였나 봐요. 저희가 직접 정치를 바꿔 보겠다는 그 순수함에서 큰 울림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Q. 청년당이라는 이름이 특정 세대의 문제만을 대변한다는 느낌을 주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그렇지만 청년의 문제가 결국 대한민국의 문제 아닌가요? 우선순위로 따지면 청년 문제가 1순위에요.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겠어요. 가령 노인 문제도 그래요. 지금의 청년 문제가 해결이 되어야 내가 노인이 됐을 때의 삶에 대해서도 어떤 점을 갖고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거죠. 정치적 영역에선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청년들은 먼저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Q. 지난 4.11 총선 결과 0.3%의 득표율로 결국 원내진입에 성공하지 못했잖아요.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가 현실 정치를 몰랐던 거죠. 정치를 하려면 3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돈, 인물, 조직’인데 그중 제일 중요한 건 인물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이요. 그런 신뢰와 인지도가 중요한데 젊은 사람들이 그만큼의 인지도를 쌓을 만한 경험도 부족하고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도 없는 거죠. 사회가 그런 인물을 키워낼 수 있는 환경도 못되고요. 정치인들도 능력 있는 청년을 키우려 하지 않아요. 그리고 돈도 없었어요. 선거공보가 한 장에 10원인데 그걸 전국에 뿌리려면 2천 만 장이 필요해요. 2억이죠. 그런 돈을 어디서 구하겠어요.






Q. 김정현 씨가 나이가 들면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청년당과 관계를 맺을 텐데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요?

저는 젊은이들을 충동질하는 위치에 있을 거 같아요. ‘해라, 안 죽는다’ ‘나를 욕해도 좋으니 해라’ 뭐 이런 식이요(웃음). 맨 처음 시작했을 때 저희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좋은 시도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도 있었지만 반대로 ‘뭐하러 이런 걸 하냐’고 독설을 퍼붓는 사람도 있었고요. 저는 ‘유의미한 시도니까 그래도 해봐라’라는 격려도 해주고 또 실패 가능성과 실패 이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Q. 김정현씨 개인에 관한 질문을 드릴게요. 사범대생인 걸로 알고 있는데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사범대에 입학하셨나요?

입학 당시에는 선생님의 꿈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교육을 ‘기획’하고 싶었어요. 제가 대안학교를 나왔는데 좀 특별한 곳이었어요. 체벌도 없었고 평상시에 용건이 없어도 그냥 교무실에 놀러갔어요. 그만큼 교사와 학생 간에 연대의식도 끈끈했고요. 저만의 교육 철학을 가지고 그런 교육 공동체를 기획해 보고 싶어요. 뭐랄까 공교육 내에서도 혁신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요.


Q. 김정현 씨를 설명하는 여러 직함이 많잖아요, ‘청년당 대변인’, ‘오마이뉴스 기자’, ‘책의 저자’, ‘사범대생’ 등.. 어떤 직함이 가장 김정현 씨를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하세요?

글쓴이요. 대학 올 때는 하고 싶은 게 무척 많았는데 글쓰는 것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다른 모든 것에서 느끼는 재미에 선행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이번 학기에 휴학하면서 중국 역사기행을 갔다 왔는데 거기서 느낀 점들을 소설로 쓰려고 해요. 고구려를 건국하는 과정에서 그 인물이 어떤 경험을 했을까에 초점을 맞춰서 쓰려고요.


Q. 김정현 씨의 꿈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세요?

저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여기에 안주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제가 하고 싶은 게 많은데 그걸 말만 하는 게 아니라 하나씩 실행해 보려고요.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간 있으세요?‘ 라고 묻고 싶어요. 시간 있냐고 물어보는 게 그 사람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그 사람에 대한 것들을 알아가고 싶다는 뜻이잖아요. 저의 이런 질문에 기꺼이 시간 있다고 대답하고 자신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2012년,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안을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불안을 마주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사실 불안이라는 게 누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불안을 해결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이죠. 그러려면 먼저 불안을 마주볼 수 있어야 해요.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뿐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자신의 불안을 상대방과 이야기하면서 마주하고,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기를 변화시키면 될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