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자민당 신임 총재가 영토분쟁과 관련해 대 한·중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아베 총재는 과거 총리 시절에도 갈등을 유발하는 발언을 했던 극우주의 성향을 띈 인물로 유명하다. 문제는 정권을 잡고 있는 민주당 소속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여러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내세우며 출범한 민주당 내각의 변화는 자칫 일본 전체의 우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5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근방 해협에서 벌어진 일본과 대만 감시선의 공방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말해주는 예다. 양국이 사용한 무기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면 부딪쳤을 순간 흩어져 위력이 떨어지는 물대포였지만 정부 감시선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항공모함을 진수한 중국이 대만 어선도 보호하겠다고 발표하고 일본과 미국이 MD체제 구축에 합의하는 등 동북아의 평화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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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건 동북아 영토분쟁의 책임 소재가 일본에 있다는 점이다. 독도 문제가 이명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비화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그 전부터 독도를 다케시마라 지칭하며 한일갈등을 유발해온 것은 일본이다. 여기에 위안부 보상 문제까지 거부하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센카쿠 열도 분쟁도 마찬가지다. 유력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도지사가 이곳을 사들이겠다며 문제의 시발점이 됐고 노다 총리가 국유화 선언을 하며 중국을 자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본 정부의 일련의 움직임들은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심히 걱정스럽다. 노다 내각은 지지도를 올리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침체 속에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일본 정부의 전략은 나치가 취했던 것과 비슷하다. 동시에 이 전략은 전체주의와 국가주의를 전파해 국가를 우선시하고 국민 개개인과 동일시하게 만들어 이웃나라와 분쟁을 벌이는 정부를 지지하게 한다. 시위에서 자주 보이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 욱일승천기가 이러한 망령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인 셈이다. 노다 정부가 센카쿠 국유화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는 사실은 일본의 우경화가 일시적이거나 우발적인 일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해준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중·일 양국 간에 국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예상은 결국 영토분쟁의 종착역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뜻이다. 양국의 국방비 지출은 세계 두 번째와 네 번째에 이른다. 양국 사이에 놓은 한국은 고래싸움에 껴 등이 터진 새우 꼴이 될 수도 있다. 군사 초강대국인 미국마저 무관하지 않다. 그 작은 땅들이 큰 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책임은 일본에 있다.

하지만 한국·중국 정부도 잘한 것은 없다. 한국은 현직 대통령이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독도를 방문했다.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덴노(일왕)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좌파세력이 마오쩌둥 사진을 내걸며 시위를 격화시키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 다른 문제는  한·중·일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세계적인 경제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자제력 있는 외교적 원칙이 요구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