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 주십시오” 

존F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한 자락에 한국 남성이라면 조금이나마 반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복판이자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초반 2년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덕분이다. 젊음의어디 거기서 끝인가. 전역하면 그 다음해부터 예비군과 민방위가 연례행사처럼 기다리고 있다. 젊은이들을 군대로 데려가는 이들은 강제징집을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며 정당화시키곤 한다.

그러나 한국군 사병의 1인 1일 기본 급식비가 6155원로 미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같은 날 밝혀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군대에 대한 회의감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사병 급식비는 중학생 급식단가의 63%, 초등학생 79% 수준이어서 아동․청소년보다 부실하게 영양을 공급받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육체적 활동이 잦은 군인의 특성상 더 많은 칼로리를 요구하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그 편차는 더욱 커진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10~12세 남성의 1일 권장 칼로리는 2200칼로리인데 반해 20~29세 남성의 권장량은 2500칼로리다.

9월10일 해병대훈련소 중식

 
물론 여기엔 미국의 국방비가 우리나라에 비해 높고 물가가 비싸며 식사문화가 다르다는 반박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미군은 우리군보다 관장하는 지역이 훨씬 넓고 인원도 많아 국방비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가의 경우 식재료의 값은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 또한 주식이 뭐냐는 것에 따라 생산량이 다르고, 가격은 생산량에 반비례한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은 모병제지만 우리는 징병제라는 점이다. 강제로 군대에 가야하는 국군 사병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자신의 선택으로 간 미군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르지 않겠는가.

급식 문제는 병사 개개인에 대한 사기진작과 보상 차원을 넘어서 국방 차원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부족한 영양과 이로 인해 떨어진 사기는 국방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병사들에게 가는 급식비는 아깝고 첨단무기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금액은 아깝지 않다면 차라리 모병제를 시행하지 그러나.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당국은 급식비가 4.5% 올랐다고 자위하거나 이해나 동의를 구해서는 안 된다. 곡물가격 폭등으로 에그플래이션(Agflation)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하면 동결이나 소폭 상승에 그치는 셈이다. “이같은 인상률로는 군장병 급식의 현실화를 이룰 수 없다”며 “군장병의 사기를 좌우하는 급식문제 해결은 국방예산이 아무리 부족해도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안철수 후보가 군 생활을 ‘고문’과 ‘공백기’ 두 단어로 표현했는데 군대를 갔다 온 많은 남성들은 여기에 동의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번 일로 여기에 대한 공감은 더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문제가 깊을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방부가 군가산점 같은 책임회피식의 알량한 방법은 집어 치우고 급식비 현실화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해결해야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