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에서 게이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영화 ‘쌍화점’에는 조인성을 사랑하는 주진모가 있었고, 김수현 작가의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태섭(송창의)·경수(이상우) 커플이 사랑을 나눴다. 최근 방영된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 윤윤제를 향한 게이 강준희의 이뤄질 수 없는 순애보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TV 브라운관 밖의 현실은 어떨까?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키워드에 관해 찬반논란이 일었다. 며칠 전, 홍석천은 한 강연에서 “동성애자 홍석천으로 살아간다는 게 이렇게 힘들지 몰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브라운관에서 그려지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말 그대로 ‘예전보다’일 뿐이다.

이에 신동진(21)씨는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말한다. ‘노래하는 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평범한 20대이고 흔한 예대생이자 보통의 소시민이다. 평범한 그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다른' 성적 지향을 ‘틀린’ 성적 지향이라 비난하는 손가락질은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소수자를 가리키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모든 종류의 폭력에 반대하는 동진씨는 ‘사람이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Q.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노래하는 게이, 신동진이라고 합니다. 흔한 예술 대학생, 흔한 소시민, 흔한 남성이자 흔한 동성애자예요.


Q. 보통 초등학교 교육이 이성애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일반적인 예화에도 남 녀 두 명의 학생이 나오고, 사랑에 관해서도 이성애 중심의 교육관이 대부분이죠. 이런 교육을 받은 동성애자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동진님은 어떠셨나요?

처음에 정체성을 형성할 때 혼란이 있었죠. 그래도 저는 순탄하게 받아들인 편이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교육이나 대부분의 대중 매체는 모두 이성애 중심적이에요. ‘세상에는 신체적 성과 젠더가 일치하는 사람만 있다’고 말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주류 매체에서 일반화된 것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은 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기 힘들고, 자신이 그런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조차 인지하기 힘든 것 같아요.



Q. 어떤 식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커밍아웃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중학교 때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먼저 커밍아웃을 했어요. 그 친구랑 다니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했고, 용기도 낼 수 있었어요. 그러다가 다른 이성애자 친구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했는데 일주일 만에 전교생이 다 알아버렸어요. 조금은 힘든 시간을 보냈죠.

그리고 제가 진학한 고등학교는 폐쇄적인 곳이었어요. 서울 외곽에 위치한 기숙사형 학교에, 전교생이 300여 명 정도인 소규모 학교였죠. 그만큼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곳이었어요. 어떤 이야기든지 30초면 전교생에게 다 퍼진다는 뜻에서, ‘애니고 30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1학년 자율학습시간이었어요. 전 당연히 공부가 아닌 인터넷을 하고 있었죠(웃음). 10대 게이 커뮤니티를 둘러보다가 모니터를 키고 화장실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그 사이 반 친구들이 (모니터를 보고 제가 게이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중학교 때 일도 있고 아웃팅과 왕따 문제로 민감할 시기여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히 친구들이 “쟤 게이래”라고 수군대는 게 아니라, 그냥 ‘친구 신동진’으로 대해줬죠. 이제는 정말 가족처럼 느껴지는 친구들이에요.

스무 살이 되고 난 후 트위터나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친구들을 만났는데,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라 편하게 커밍아웃을 할 수 있었어요. 그때 가장 많이 용기를 얻었죠. 그리고 대학 와서 사귄 친구 대부분이 남자였어요. 그래서 걱정되긴 했죠. 남자들이 대부분인 곳에 남성 동성애자가 아웃팅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몸에 기름칠을 하고 불에 뛰어드는 격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정말 인복이 좋은건지(웃음), 친구들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받아들이더라고요. 술자리에서 ‘나 남자 좋아한다’라고 말했더니, ‘그래? 그래서?’이런 반응이 돌아왔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커밍아웃 장면은 많은 성소수자들이 로망으로 꿈꾸는 장면이죠. 
     


Q. 가족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하셨나요? 반응이 어땠나요?

부모님께는 아직 하지 못했어요. 누나에게는 커밍아웃을 했는데요, 자의로 한 것은 아니었어요. 반년 전에 성소수자인 친구와 종로에서 술을 먹던 날이었어요. 그 때 한창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성소수자가 받는 억압에 대해 신세 한탄 식의 이야기를 SNS에 올렸죠. 누나와 친구관계라는 것을 잊은 채요(웃음). 그 글을 보고 알게 된 거죠. 누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하고 잘 받아들였어요. 

하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건 아직 자신이 없어요. 가족 관계는 일반 사회에서 맺는 관계와는 다르잖아요. 마음이 맞지 않는 친구는 안보면 되지만, 가족은 그럴 수 없죠. 설사 쫓겨나더라도(웃음) 단칸방 정도 얻을 수는 있어야 하는데, 아직 그럴만한 상황이 못 되기도 하고요. 삶의 기반을 잃을 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생존권을 위협당할 수도 있다는 게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성소수자들 삶에서 가족에게 커밍아웃하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가 있나 싶기도 해요.



Q. 한국 사회가 성소수자에 진보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진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혹은 점점 더 보수화 돼간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제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민감하다는 걸 친구들도 알기 때문에 제 친구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트위터나 제가 활동하고 있는 정당은 더욱 그렇고요. 하지만 이건 제 주변에 한정된 이야기예요.

인터넷에서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답답한 경우가 많아요. 외국인 게이 포르노 배우인 빌리나, 엉덩국 만화에서 그려지는 게이의 모습이 실제 게이의 이미지로 왜곡되는 것이 답답해요. 호모포비아들의 경우 그렇게 게이를 일반화, 타자화시키고 있으니까요. 듣기에는 동성애자에 대한 시선이 예전보다 많이 진보했다고 하는데, 제가 그 옛날을 경험해보지 못해서요(웃음). 다만 지금 상황을 봤을 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한국사회가 성소수자 문제에 있어서 진보적이라고 얘기하기엔 큰 무리가 있죠. 동성애자에 관한 차별이나 편견이 아직도 공공연하게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요즘 홍석천씨나 하리수씨가 TV에 나오고 있는데, 홍석천씨가 처음 커밍아웃을 했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전의 수준이 야만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 전보다 진보적으로 변화했다는 거지, 아직 동성애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학생 인권 조례에 ‘학생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대한 존중’이라는 키워드에 관해 찬반 논란씩이나 있었다는 것이 그 증거죠.



Q.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소수자도 많죠. 한국 사회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고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요?

이 질문에 반대로 이렇게 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커밍아웃을 한 채로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아요. 커밍아웃을 하든 안하든 둘 다 힘든 거죠. 만약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다면 이성애 중심의 발언이나 행동들을 참아야 하겠죠. 특히 결혼이나 연애에 집착이 과한 한국 사회에서는 내적 스트레스가 클 거예요. 예를 들면 명절에 ‘시집 언제 가니?’부터 시작하는 온갖 농담과 참견들을 아닌 척 웃어 넘겨야 하는 거죠. 호모포비아 친구가 있다면 말할 것도 없고요. 아마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을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만약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라면, 호모포빅한 시비에 휘말릴 위험이 있겠죠. 동성애 혐오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고요. 만약 직장을 다니거나 군대에 복무 중인 군인은 감당해야 할 차별과 폭력이 엄청날 거예요. 커밍아웃을 하지 않으신 분은 떳떳하지 못해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거라기보다는, 이런 폭력의 위협 때문에 커밍아웃을 못 하신 거라 생각해요.



Q. 그렇다면 동진씨는 커밍아웃 한 것을 후회하진 않으세요?

후회하진 않아요. 커밍아웃 하기 전에는 매우 답답했어요. 친구들과 대화하기 위해, 여자 연예인에 대해 미리 공부해가야 하는 상황이 매우 답답했죠. 지금은 편해요. 하지만 제가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고, 실질적인 폭력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하는 얘기일 수도 있어요.  



Q. 데이트할 때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했던 적이 있으신지요?

가끔이 아니라, 데이트 나갈 때마다 그런 시선을 느꼈어요. 그럴 땐 남자친구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일부러 손을 더 꼭 잡거나 했어요. 제가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죠. 길거리에서 커플끼리의 애정행각이 못마땅하게 비춰진다고 해도, 그런 잣대가 동성인 커플에게만 더 심하게 적용되는 것은 잘못된 거죠. 동성애자 커플이라는 이유로 혐오감을 느낀다면 그건 그런 기분을 느끼는 사람 잘못이라 생각해요.



 
Q. 게이라는 호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떤 단어로 불리는 것이 가장 편한가요?

호칭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게이를 게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한거죠. 하지만 게이라는 단어를 타자화시켜 그 자체를 욕설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게이라는 단어 자체에 편견이나 비하를 담아 욕으로 사용하는 하는 거죠. 장애인을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장애인도 그 단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죠.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그 단어 자체를 비하하는 용도로 쓰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불쾌한 거죠.


Q. 요즘 티비 오락 프로그램에서 게이와 관련된 농담들을 흔히 들을 수 있어요. 남자 둘이 조금이라도 친밀한 모습을 보이면 게이냐고 묻거나, 홍석천씨가 남자 출연자에 던지는 농담과 그에 대한 사람들이 반응 같은 것들이요. 혹은 대중문화에서 게이의 이미지를 정형화시키기도 하죠. 모델 김재욱 같은 이미지랄까요? 대중 문화에서 게이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그나마, 드디어, 이만큼이나마! 대중매체에서 게이가 다뤄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남성 동성애자를 특정한 방향으로 정형화 시키는 것은 옳지 않아요. 같은 성적 지향을 갖더라도 다양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수많은 사람들을 한 가지 특성으로 일반화 시키는 거니까요.

이런 문제는 자본주의와 소비 관점으로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미지가 잘 팔리니까 허상을 부풀려서 소비를 조장하는 거죠. 이건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외국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의 게이 캐릭터 안소니도 마찬가지예요. 아무튼, 그렇게 힙하고 잘난 게이 이미지들이 사회 일부분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평범한 게이들은 ‘네가 무슨 게이야’하는 식의 황당한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거죠.

그리고 남성 출연자를 두고 ‘게이냐’는 농담을 하거나, 홍석천씨가 남자 출연자에게 던지는 농담에 다른 출연자들이 보이는 반응이 부정적인 것은, 방향성보다도 진보의 정도가 매우 덜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해요. 게이라는 단어에 ‘비하의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거죠. 홍석천씨의 농담이 문제가 아니라 홍석천씨 농담에 대한 반응이 문제예요. 이경실씨나 안문숙씨 같은 여성 캐릭터가 다른 남성 출연자에게 추파를 던져도 비난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Q. 페미니즘, 여성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계시다 들었어요.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살고 싶어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폭력 불감증이 만연하고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인권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전 엄청난 자괴감에 빠졌을 거예요.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초,중,고등학교에서 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페미니즘은 그렇게 성소수자 인권을 공부하던 중 접하게 됐어요. 제도권에서 사회 주체로 여겨지는 건 ‘성인, 이성애자, 남성, 비장애인’이에요. 그 범주 안에 들지 못한다는 이유로 배제되는 ‘여성,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인권운동은 크게 보면 한 노선을 걷는 것이라 생각해요. 인권운동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여부, 국적, 출신 등 무슨 이유로든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차별해선 안 된다’는 거거든요.

 

Q. 게이에 비해 레즈비언은 사회에서 여전히 이방인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죠. 레즈비언은 성소수자 내의 소수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젠더 권력 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레즈비언은 소수가 아니에요. 수적으로 봤을 때 트레스젠더나, 다자연애주의자가 성적 소수자 내의 소수자죠. 레즈비언이 사회적으로 덜 가시화 되었을 뿐이에요.

레즈비언의 경우, 동성애자인데다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중적으로 억압을 받고 있어요. 남녀 간 임금차이를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인 ‘가족임금’을 보더라도, 여성의 경제적 역할이나 참여가 남성보다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죠. 남녀 간 경제적 격차가 도드라지는 현실에서 레즈비언 역시 자유로울 수 없어요. 그렇게 물적 토대가 없는 상황에서는 존재자체도 비가시화될 수밖에 없죠. 자본이 부족하면 문화적 컨텐츠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특정화된 게이코드는 제도권 문화에 진출한 반면에, 레즈비언은 제도권 문화진출이 덜 되고 있는 거죠.





Q. 이제 정치에 관해 질문을 드릴게요. 트위터 자기소개에 진보신당 당원이라고 소개해 놓으셨는데요. 어떤 이유로 진보신당을 지지하시는지요?

제가 진보신당을 지지하고 당원으로 활동하게 된 제일 큰 이유는 당 강령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에요.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들에 대한 정책 방향이 인권지향적이었고, 그런 부분이 제 생각과 맞았어요. 또 당원들을 만나 보니, 이 사람들과는 무언가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수많은 정치인들이 수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성소수자들을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성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국회의원도 드물고요. 성소수자 권리에 대한 정치권의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당연히 그런 정치 활동이 필요하다 생각해요. 성소수자 역시 투표권을 행사하여 국회의원에게 일을 대리한 국민인 동시에, 그들의 정책에 의해 삶이 바뀔 수도 있는 민중이니까요. 지금 성소수자들은 합법적으로 차별이 가능한, 소위 ‘호구’ 취급을 받고 있어요. 굴욕적이죠. 게이들도 결혼, 연애 등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요.

성소수자 권리 지지를 위한 정책들을 몇 번 보기는 했어요. 다만 구체화나 현실화가 되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정책적으로 답답한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어 성소수자 혐오를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서초구에 게제하려 했지만 게제 거부당한 적이 있어요. 지하철에 비슷한 내용의 홍보물을 게시하려 했지만, 청소년 유해물이라는 이유로 서울시설관리공단에 거부당하기도 했고요.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내용은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죠. 4.11 총선 때 성소수자에 관한 정책을 제시한 정당은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뿐이고요.

현재 성소수자는 사회적 차별을 넘어서 생존권에 위협을 받고 있어요. 오늘 밤에도 차별을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성소수자가 있을지도 모르죠. 이런 상황에서 삶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마련되지 않는 것 또한 크게 보면 생존권에 대한 위협이라 생각해요. 
  


Q. 제안하고 싶으신 정책이나 공약이 있으신가요?

얘기하자면 수백 가지가 있겠지만(웃음), 차별금지법과 평등결혼법 제정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대선을 앞둔 미국은 하려고 하고 있고, 프랑스는 이미 된 상태죠. 대선 후보자분들, 분발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Q.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국격은 어떤 행사를 주최하거나 한국인이 어디서 1등 했다고 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사람답게 대접해주느냐’가 국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척도가 아닐까요? 프랑스, 네덜란드와 같은 나라들은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잖아요. 그 나라가 돈을 잘 벌고 어디 가서 1등 한다고 부러워하는 게 아니죠. (인권의식이 높은 나라들처럼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서로 다른 사람이 상대방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생각해요. 저도 저랑 다른 성적 지향을 가진 레즈비언이나 트레스젠더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요. 사소하게 음악취향이나 습성 같은 게 달라도,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 사람 전부를 알 수는 없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점까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께도 함께 하자고 권유하고 싶은 부분이에요. 다 같이 사람답게 살 수 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