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선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바로 다자 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와 양자 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 간에 나타나는 간극이다. 다자 대결 시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하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에 10% 이상 앞선다. 그런데 양자 대결 시에는 이 10%의 리드가 사라지고, 오차범위 내의 접전이 펼쳐진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국민들이 단일화를 열망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두 후보의 지지층 중 적게는 10%, 많게는 20~30%라는 적지 않은 수가 지지를 철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야권에서 기대하는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는커녕, 1 더하기 1이 2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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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러한 데도 두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단일화의 명분은 ‘국민들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뿐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묶어주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라는 점과 단일화 없이는 집권할 수 없는 2·3위 주자라는 점뿐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크고 작은 차이들을 덮을 만큼 커다란 것이라면 이것만으로도 단일화의 명분이 된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 지지층 이탈 현상은 정권교체만으로는 충분한 명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단일화 시 지지층 이탈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도 국민의 삶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문 후보 지지자들은 정당 정치 밖에서 정당 정치를 죽이는 식의 정치 개혁안을 내세우는 안 후보에게 거부감을 느낀다. 그 중 일부는 정치 경험과 기반이 없는 안 후보보다는 정당 정치에 기반하고 있는 박 후보가 낫다고 여기고 있다.

두 후보 지지자들 간의 인식 차이는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 아래 희석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성공한 단일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라는 정치공학적 구호를 넘어서야 한다. 정권교체만을 위한 단일화에 찬성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6일 드디어 문재인과 안철수가 만나 단일화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3자 구도로 시작된 대선 레이스에서 단일화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단일화는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않는다. 정권교체라는 목표만을 공유한 채로 졸속 단일화가 진행된다면 필시 이 정치적 기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박 후보와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접점을 바탕으로 공유하는 가치를 넓혀나가는 단일화 협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야권의 선거 승리, 즉 정권교체를 위한 충분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