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고교의 약 90%가 학생인권조례가 금지한 두발제한 규정을 학칙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시내 1,292개 초ㆍ중ㆍ고교의 학칙 개정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87.8%(333개교), 고등학교 89.9%(285개교)가 두발제한 규정을 두고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에 대한 용모 제한 규정도 논란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30일 서울 소공동 인권위 별관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의 진정에 따라 ‘항공사 여승무원에 대한 용모·복장 제한’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치마 길이부터 귀걸이의 크기나 재질, 매니큐어의 색상, 눈화장의 색깔까지 정해놓은 아시아나항공의 규정이 지나치게 심하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규제하는 주체와 목적이 무엇이냐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규정이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데에서 두 논란의 본질은 비슷하다. 항공사와 여승무원, 학교와 학생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청의 조사와 인권위가 가진 토론회는 분명 항공사와 학교가 여승무원과 중·고교생 개인 자신이 가져야 할 신체에 대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규제가 정당하냐는 점일 것이다. 헌법은 “개인의 자유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잘리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인권이다" ⓒ 연합뉴스

 
그러나 두 경우는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이 염색이나 파마를 한다고 해서, 승무원이 바지를 입거나 남들과 다른 귀걸이를 한다 해서 그들이 헌법이 말하는 제한 이유에 해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청소년들이 일으키는 범죄가 이슈화되고 있지만 두발제한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승무원은 외국인을 응대한다고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용모제한 규정은 안경도 쓰지 못하게 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하다. 여러 항공사들 중 오직 아시아나항공만 인권위에서 이름이 거론됐던 이유다. 오히려 지나친 용모제한은 간혹 문제가 되는 '한국=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에 덧칠을 할 가능성도 있다. 해당 항공사와 학교들의 방종을 막아야 한다.

직업이나 신분에 따라 권리를 포기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시대가 아닌 이상 거기에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 두 가지 경우는 그와 거리가 멀다. 두발제한은 학생다움이라는 이미지에 근거한다. 외모가 학생답다면 품행도 그와 같고 공부에도 더 집중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머리가 단정하다해서 꼭 공부를 잘하는 것도, 행동거지가 바른 것도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규정이 까다롭다 해서 대한항공보다 평가가 좋은지 의문이다. 외모를 제한해 좋은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하다면 전 국민이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기억해둬야 하는 건 군국주의 일본이 이와 비슷한 일을 했다는 사실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