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병역 의무를 다했지만 군대를 다녀온 현역과 그렇지 않은 공익의 괴리가 이렇게나 클까. <고함20>이 했던 지난 7일 발행한 공익근무요원과의 인터뷰에 남겨진 댓글들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댓글은 제각각이었지만 그 내용은 한결같이 공익근무요원 인터뷰이(interviewee)에 대한 비난이었다. 그 중에는 인신공격 성격을 띠는 내용도 있어 편집진이 고심 끝에 당시 있었던 모든 댓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공익근무요원을 현역과 비교해 비하하는 댓글들이 복수로 달렸다. 현역과 비교하면 공익근무요원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라서 푸념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함20과 인터뷰했던 공익근무요원은 “학교로 돌아가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게 불안하고 두렵다”며 “매일 출근하기 전에 회화학원에, 퇴근 후에는 토익 학원에 가고, 학원가는 날이 아니면 독서실에 가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현역들이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역의 경우 공익요원보다 더 큰 불안감을 갖게 되지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가시간 마저도 부대 안에서 지내야 하는 탓이다. 혼자 공부할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

 
인터뷰 댓글의 예처럼 현역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적대감이 개인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된다는 점이다. 갈등으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그냥 넘어갈 수준이 아니다. 신체적 문제 때문에 공익요원으로 복무하게 되는 연예인이 공공의 적이 되는 건 이미 예삿일이 돼버렸다. 군가산점 논쟁은 아직 미제로 남아 있으며 ‘여자도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양심적병역거부자에 대한 비난도 여기에서 파생되는 것이다.

군가산점을 부여하는 것 같이 보상을 한다 해서 모두 만족하지 않을 거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징병제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모병제를 논의할 시점이다. 모병제는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이미 발표한 적이 있는 공약이지만 이전에도 종종 거론된 바 있다. “현대전의 승패는 병력 수가 아니라 첨단기술로 판가름난다”는 김 전 도지사의 주장은 허황되거나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북한의 의무복무기간이 우리나라 보다 훨씬 길고 병력도 많다는 게 그 방증이다. 대선 후보들도 여기에 대한 공약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