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의 여성 대통령론은 알맹이가 없는 정치 전략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쇄신이다”라는 말, 즉 단순히 성별이 여성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큰 변화가 이뤄진다는 주장은 허언에 가깝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박 후보가 이야기하는 ‘어머니 리더십’을 펼친다고 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리 만무하다.

또한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여성 지위의 향상을 상징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없다. 박 후보의 일생, 그리고 정치활동을 살펴볼 때, 그가 여성이라는 가장 큰 마이너리티 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지부터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여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나,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은커녕, 오히려 여성구국봉사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유신체제 유지에 여성을 동원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이 없는 그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은 어딘가 우습다.

박 후보의 지지층들과 그의 주변 세력이 근본적으로 남성주류사회, 가부장적 사회였던 박정희 시대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 후보의 성의식 역시 억압과 차별을 견뎌냈던 일반 여성들보다는, 그를 지지하는 보수적 남성들에 가까울 것이다. 남성중심의 사회를 유지하려는 이들이 뽑아주는 여성후보가 진보적인 여성정책을 펼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박 후보가 '어머니 리더십'을 이야기 하는 것 역시, 그가 박정희 시대의 성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성성의 표상을 '어머니'로 규정하며,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여성의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것부터 시대착오적이다. 게다가 '여성 대통령론'을 박 후보와 함께 주도하고 있는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선대본부장이 박근혜 후보에 대해 "본능적으로 모성애를 타고난다. 정부도 더 투명하게 집안살림 하듯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기존의 여성 이미지를 답습한 것에 불과하다. 사회에 만연한 남성중심적 성의식에 대한 재고 없이, 여성의 이미지만 팔고 있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 대통령론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박 후보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먼저 여성 정책을 만드는데 집중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가장 차별받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또는 여성 노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앞장서서 낼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박 후보가 주장하는 2030 여성들의 취업 육아 정책을 더욱 구체화시켜서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박 후보가 정치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는 박정희 정권이 군사적 가부장주의를 조장하면서, 여성들의 지위 향상을 막고 성역할을 고착화시킨 것에 대해서도 자각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