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30여일 남은 지금,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든 차기 정권이 이끄는 2013년은 ‘경제민주화’와 함께 시작될 것이 분명해보인다.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세 명의 유력 후보는 경제민주화를 핵심 정책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 야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합의하는 데에는 지금까지 계속돼 온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7·4·7공약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의 허구성이 드러났고, 무엇보다도 빈부격차로 고통받아온 국민들이 복지를 갈망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성장에서 복지로 향하는 일종의 분기점이라 기대해볼 만하다.

하지만 성장에서 복지로의 전환 외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환경문제다. 환경정책은 경제민주화라는 빅 이슈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의 환경정책은 숱한 비판과 비난을 받아왔다. 철학적 고민없이 제대로 된 절차적 합의를 거치지 않은 채 행해진 무분별한 개발위주의 정책은 환경정책의 수준을 퇴보시켰다. 이번 정권의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와 반성은 차기 정권이 짊어져야 할 숙제다. 덧붙여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를 필두로 ‘탈원전’에 대한 문제의식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환경문제를 차기 정권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부각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 문제가 ‘대선 의제화’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4대강 사업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로 대신했으며, 에너지 수급을 살펴본 후 원전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유예하고 있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4대강을 둘러싼 검증과 생태적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자제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4대강 사업 관련 입장 등 환경 이슈가 쟁점화되지 않고 있고, 위에서 제시한 정책 외에 동물 보호를 주장하는 생명권과 탈핵이야기는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환경정책에 관한 적극적인 논의나 이슈제시가 미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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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12일, 환경단체, 생협, 종교계, 동물보호단체 등을 포괄하는 범초록진영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친환경정책을 요구하는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100만 서약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는 시민 100만명에게 환경(초록)을 기준으로 투표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캠페인이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환경문제를 이슈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응답할 일만 남았다. 당면한 문제에 관한 대책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말고, 탈핵을 비롯한 새로운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이슈화해야 할 것이다. 초록을 위해 투표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외침이 응답없는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