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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대졸 실업자의 수가 고졸 실업자의 수를 넘어섰다. 지난 19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졸 실업자는 32만 1000명으로 고졸 실업자 30만 4000명보다 1만 7000명 많았다고 한다. 이는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기업의 고졸 선호 정책으로 인해 고졸 실업자 수가 날로 줄어드는 반면, 대졸 실업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인 점이 표면화된 것이다. 실제로 대졸 실업자의 증가는 올 4월부터 7개월 동안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기업이 대졸자가 아니더라도 능력 및 적성에 따라 인재를 채용하는 경향이 커진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고졸에 대한 차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2012년 임금조정 실태>에 따르면, 고졸 생산직의 평균임금(208만 4천원)과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임금(255만원) 간 격차는 해마다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고졸 생산직의 대졸 초임 월급 대비 임금수준은 81.6%로 4년 연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계속해서 고졸자에 대한 처우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대졸자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72%로 2005년 82%에 비해서는 줄어들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는 고등학생이 특성화고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47%, 미국 60%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높다. 대학생에 대한 희소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학교를 졸업한 고학력자의 수는 여전히 많지만, 최근의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은 신규채용자 수를 줄이는 추세다. 게다가 대기업을 지향하는 경향은 여전히 팽배하다. 이런 상황이니 대졸백수가 고졸 실업자 수를 앞지르는 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통계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은 대학교에 가는 걸 당연시 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야기한 현상이다. 최근 고졸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은 신규채용 때 오랫동안 대졸자를 우대하고 고졸자를 공공연하게 차별해 왔다. 불안해서라도 대학교를 가지 않을 수 없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구직자들이 눈높이를 낮출 것을 요구하지만, 정작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잦은 야근에도 불구하고 야근수당을 주지 않는다거나, 주 5일제 근무가 보장되지 않는다거나, 등의 불만을 호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받는 월급은 대기업의 그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격무에 비해 처우가 박한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 때문이다. 무조건적으로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종합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와 기업이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보다 적극적인 일자리 정책을 통해 청년실업률을 줄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여전히 사회 곳곳에 관습적으로 박혀 있는 학벌주의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 현재 대학교에 진학하는 사람들 중에는 확실한 목표가 있어 진학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지 남들이 가니까, 안 가면 불안해서 가는 사람들도 많다. 이는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고졸자 이하에 대한 사회의 차별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적인 방안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