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거리’ 신촌의 작은 랜드마크, 홍익문고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홍익문고는 2호선 신촌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서점으로 1960년부터 53년간 제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서대문구청이 추진 중인 신촌 일대 재개발 구역에 포함되면서 그 역사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서대문구청은 이 일대 부지에 높이 100미터 규모의 대형 상업·관광숙박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홍익문고가 이 시설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30억의 건물신축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 홍익문고는 이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홍익문고는 일개 서점일 뿐이다. 어차피 세상에 영원한 것이 없다면, 오래된 무언가가 물러나고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나는 일은 당연하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 진행되는 재개발에 의해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다면, 새 건물에 입주할 여력이 안 되는 홍익문고는 자본주의의 법칙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져도 이상하지는 않다. 서점이야 다른 대형서점이 신촌에 입주한다면 소비자들의 편리함은 더욱 높아질 것이고, 홍익문고도 생존을 해야 한다면, 다른 입지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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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보내기에는 홍익문고의 상징성은 너무나도 크다. 홍익문고는 완전히 프랜차이즈에 잠식당해 그 특색을 모두 잃어버린 신촌만의 특색을 지켜주는 곳이었다. 신촌역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만나는 맥도날드, 커피빈, 스타벅스 그리고 유니클로 등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의 홍수 속에서도 흘림체의 한글간판을 고수하며 신촌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어온 서점이었다. 세대를 지나는 동안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변해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역 앞에서 약속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었던 그 곳이 홍익문고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해외여행에서 그 나라와 도시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건물들을 보며 감탄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적인 기분’을 느끼기 위해 한옥마을을 찾아 차를 마시고 전과 막걸리를 먹는다. 그런데 왜 우리의 일상 속에 있는 전통에 대해서는 낡은 것, 없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틈만 나면 높고 새로운 것들로 다시 채우려고 하는 것일까. 개발과 건설로 점철된 자본주의의 논리에 부딪혀 스러져가는 낡고 작은 것들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1996년에 발표된 일기예보의 노래 ‘좋아좋아’에 나오던 신촌과 지금의 신촌은 지명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공간처럼 되었다. 홍익문고 대신 대형 고층 상업빌딩이 들어온 신촌 역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될 것이다. 꿈 많은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이 꽃피던 공간 대신에 쇼핑과 유흥의 콘텐츠로만 가득한 ‘그저 그런 동네’ 중의 하나로 말이다. 정말 홍익문고를 없애야만 할 것인가. 이미 주변 상인들과 대학생 2700명 이상이 반대 서명을 했다고 한다. 행정 관계자들의 신중한 접근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