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사람의 수기를 담은 자기계발서가 필수가 되어버린 요즘, 기업 내에서 불던 멘토링 바람이 우리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 전국의 초등예비 6학년부터 예비 고1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명문대생과 함께하는 ‘신학기 완벽대비 멘토링 캠프’ 에서부터 방과후 활동 대학생 멘토링까지 각양각색의 멘토링이 즐비해 있다. 취업 학과와 기업체간에 이루어지는 취업 멘토링, 방학동안 고향의 후배들의 부족한 공부를 도와주는 ‘대학생 귀향 멘토링’ 뿐만 아니라, 부자를 멘토로 삼는 ‘한국형 멘토’ 같은 이색적인 멘토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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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이라는 용어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 왕의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인 ‘멘토’에서 유래되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떠나면서 아들 텔레마코스를 그의 친구 ‘멘토’ 에게 맡기고 떠났다. 멘토는 텔레마코스의 교사로서,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친구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며 텔레마코스를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이후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청년을 연장자와 짝을 지어주는 관습이 생겨났고, 젊은이는 자신의 멘토인 어른에게서 좋은 점을 본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멘토’ 가 젊은이를 교육하는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사회참여가 불투명한 여성을 위한 멘토링이 영국에서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멘토링 제도를 도입해 신입사원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에서 시작된 멘토링 열풍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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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멘토링 바람이 성공 중시 풍조를 반영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행해지고 있는 멘토링의 멘토는 대개 성공한 CEO이거나 고학력, 고수입인 유명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이 성공한 방법과 길을 따라가면 나도 성공할 거야.’ 하는 성공에 대한 막연한 바람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 또한 대학생들이 멘토가 되는 멘토링 역시 폐단이 있다. 로스쿨 진학을 위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참여하는 학생도 있고, 교환학생을 갈 경우 가산점이 부여된다는 특례로 인해 멘토링에 참여하는 학생도 있다. 도움을 주겠다는 목적 이전에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 때문에 멘토링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텔레마코스를 가르쳤던 멘토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을 수단으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성공에 목마른 우리 사회의 모습이 멘토링에 반영된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멘토링의 관계에서 멘토가 선경험자로 전수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멘토링을 받는 것은 성공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보기에 그럴 듯한 멘토-멘티의 관계를 맺는다는 것뿐이다. 멘토링을 해 주는 멘토 역시 자신의 바쁜 삶을 쪼개어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굵고 깊기보다는 가늘고 얕은 관계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하워드 앤드릭스 교수는 타인과 맺는 관계의 성격과 기능에 점초을 두고 멘토를 ‘한 개인의 지속적인 성장과 삶의 목표 실현을 돕는 사람’ 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도입하고 있는 멘토링 제도는 지속적이기 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은 수백년동안 일대일 멘토링이라고 할 수 있는 개별지도 시스템(Tutorial System) 을 운영하고 있다. 담당교수를 멘토로, 학생을 멘티로 하는 이 제도는 교수와 학생이 토론학습을 갖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 덕분에 옥스퍼드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국내 대학들은 멘토링 도입을 급히 서두르는 데에 혈안이 되기보다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멘토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출처 : http://www.studymentor.co.kr/xe/appli

조선일보에서 시행한 명문대생과 함께하는 ‘신학기 완벽대비 멘토링 캠프’ 의 경우, 정신력, 자신감 강화 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상업화하고 있다. 4일동안 합숙식으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신학기를 코앞에 두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이는 멘토링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지적한 멘토링의 문제점인 일회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지닌 짝퉁 멘토링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의 수험생 시절, 스터디플래너 라는 공부다이어리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시중의 다이어리의 2~3배에 해당하는 가격인 스터디플래너는 공부법, 공부습관 등 공부에 관한 A부터 Z까지 다양한 학습내용을 담고 있었다. 스터디플래너 구매자에게는 명문대 선배의 플래닝 동영상 강좌, 1:1 멘토링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조건으로 학생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구매경험이 있는 신돌석(22,가명)씨는 처음 광고를 보고 혹 하는 마음에 구매했지만, 1:1 멘토링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부실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텔레마코스의 멘토에서 유래된 멘토링은 이대로 침몰할 것인가. 위태위태한 푯대를 바로 세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부실한 공사로 인해 삼풍백화점이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듯이 멘토링 프로그램 역시 무턱대고 진행했다가는 안 한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변질된 멘토링은 점점 상업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멘토링의 도가니에서 살아남아야 하지 않을까. 3월 두 번째 기획 주제는 ‘멘토링’ 이다. 멘토링의 범람 속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당신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