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멘토링 프로그램들이 생겨나는 기세가 그야말로 ‘우후죽순’이다. 프로그램의 종류들도 다양해서 대학생들은 이곳에선 멘토가 되었다가, 저 곳에선 멘티가 되었다가 카멜레온처럼 모습을 바꿀 수도 있게 되었다. 위로는 멘토에게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아래로는 멘티에게 학습에 대한 열의와 꿈들을 심어 준다. 참 그럴 듯한 포장이다. 그러나 실상 이러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성립하는 사회적 기반을 생각한다면, 결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순진하게 마냥 받아들일 수만은 없게 된다.

대학생이 참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주로 세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사회인과 대학생이 결연을 맺는 형태의 멘토링, 대학생 선후배 간의 멘토링,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간의 멘토링이 있다. 실상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멘토링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특질은 바로 ‘성공’이다. 사회인으로 성공하고자 하는 대학생의 열망, 좋은 학점을 받고 대학생활을 잘 하고 싶어하는 새내기들의 열망, 무한경쟁 시스템인 수능 속에서 살아남아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혹은 학생들을 성적순 상위 대학교에 보내고 싶어하는) 열망을 멘토링 시스템 속에서 읽을 수 있다.

기본 사정이 이렇다 보니 멘토링 시스템에서 멘토가 되기 위한 자격은 사회적으로 이미 재단된 기준에 맞춰 ‘성공한’ 사람들이다. 돈도 잘 벌고, 사회적으로 선망되는 직업을 가진 사회인들만 멘토가 되고, 해당 과목에서 A학점을 받은 선배 대학생만 멘토가 되고, 명문 대학생 혹은 최소한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한 성공한 대학생들만 멘토가 된다. 멘티들이 원하는 멘토링의 내용이 성공하는 것이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고? 글쎄, 그것보다도 개별 주체의 이익을 위해 ‘관계맺음’을 ‘이용’하게 되어버린 사회의 현실을 더욱 바라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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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9&aid=0000152977)


우리들은 더 이상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단지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궁금해 한다. 따라서 인생 선배에게서 그의 삶의 경험을 듣고, 삶의 철학을 서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나보다 한 발 먼저 사회에 나아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그들에게 경쟁에서 승리하는 노하우를 전수받는 것만이 개인의 주요한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멘토링은 마치 그것만이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가능성이고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멘토링이 성과를 개선하는 데 엄청난 영향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러다보니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들어가는 돈만 해도 천문학적이다. 화상 멘토링만으로 명문대생에게 학기당 150만원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생겨났고, 서울의 명문대에 들어간 지방 학생들의 용돈벌이를 위한 ‘귀향 멘토링’도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신설하고 확대하고 있다. 대학생들도 왜 우리 과는 동문 멘토링이 없냐고 과사무실과 학생회실에 아우성 치고, 결국 각 학과들은 부리나케 ‘잘 나가는’ 동문 선배들을 물색하고 있다.

보기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조언을 얻고, 상담을 받고, 그가 멘토가 되면 정말 그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무의미한 동일시의 환상은 제쳐두고라도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멘토링의 환상에 젖어 있다. 정작 문제는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누군가는 크게 성공하고 누군가는 크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승자 독식 게임의 틀을 가진 사회 체제에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경쟁에 경쟁을 거듭하여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를 가려낸다.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경쟁을 해소하는 방법이 아니라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에 대한 담론만이 가득하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멘토링 프로그램들도 결국엔 그럴듯하게 포장된, 승리하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topmentor?Redirect=Log&logNo=130035905418)

경제적인 패배와 좌절에 대한 두려움에 의해 멘토링을 찾는 멘티들과, 멘토링을 통해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고 이데올로기적이기까지 한 발언들을 진리인 양 내뱉는 멘토링 프로그램 구성자들, 그들이 빚어내는 하모니 속에서 오히려 개인은 조금 더 극한의 경쟁에 내몰리고 있고, 그렇게 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진리라는 인식에 사로잡히고 있다. 마치 모두가 학원을 보내기 때문에, 학원에 안 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을 느껴 출혈 경쟁을 하는 것처럼 남들이 다 멘토링을 하니까 너도 나도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도 커져 간다.

그러나 멘토링을 해봐야 지금의 사회적 틀 위에서는 경쟁만 극심해질 뿐, ‘성공’에 대한 가능성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무한 경쟁 사회의 경쟁과 게임은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게임의 원칙에 따라 누군가가 조금 더 가지면, 누군가는 조금 더 잃어야만 한다. 따라서 오직 고작 성공을 위한 멘토링이라면 어서 빨리 우리의 마음에서 떠나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