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불어온 멘토링 열풍 속에, 특히나 이맘 때면 학교에서 혹은 회사에서는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기획하곤 한다. 성공을 갈망하는, 아니 사실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바른 길로 이끌어 줄 인생의 선배의 가르침에 목말라한다. 학교가 되었던 회사가 되었던 멘토링을 기획한 측에서는 좋은 취지로 멘토링을 권장하지만 그 긍정적 의미가 무색해지는 형식적이고 식상한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뷰를 통해 멘토링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멘토 TO 멘티 & 멘티 TO 멘토

서울대학교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퍼스 멘토링 프로그램(CMP)이 매 학기 시행된다. 학부생 선배와 신입생들을 1대 2 혹은 1대 3으로 맺어주어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일들에 대해 도움을 준다.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5기에 멘토로 참여했던 하수정씨와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Q. CMP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서울대 전체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어요. 시행초기에는 일 년 단위로 운영이 되었지만 현재는 한 학기 별로 운영이 되어서 올해 7기를 모집했습니다. 멘티는 신입생들의 수시발표가 나는 2월부터 3월정도 까지 모집하고 혹시 고등학교 동문이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추가모집도 합니다.

Q. 언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셨나요?

작년 1학기 5기로 참여했었고 올해 7기로 다시 한 번 참여하게 됐어요.


학교에서는 1주 내지는 2주에 한번정도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일정 기간 동안 멘토와 멘티가 만나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 여느 멘토링 프로그램의 일반적인 운영이다.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듣고 싶었는 이야기는 프로그램에 대한 것보다는 하수정씨가 직접 경험하고 느꼈던 멘토링의 속 이야기였다. 하수정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멘토링이라는 것이 원래는 멘토가 멘티에게 준다는 느낌을 주잖아요. 저도 물론 멘티에게 전반적인 진로상담, 학교 동아리 문제 혹은 과목 수강 같은 문제에 있어 도움을 주었죠. 그런데 제가 오히려 멘티에게 얻은 것도 많았어요. 실제로 진행을 하게 되면서 멘티를 통해 저의 신입생 시절을 돌아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나 저 같은 경우는 멘티를 했던 학생이 굉장히 성실해 그런 것을 보며 제가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았어요. 또한 프로그램이 서울대 전체학부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많은 타과 학생들을 만나게 되어 관계의 폭이 넓어진 것도 생각지 못한 일이였어요. 다른 분야의 친구들을 만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경험한 멘토링은 쌍방향적이였다. 일방적인 관계가 되기 쉬운 것이 멘토링이다. 물론 이것은 그녀의 멘티가 의도한 것이나 그녀가 처음부터 무언가를 얻을 마음을 가지고 멘토링에 참여한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활동을 통해 만남을 이어가면서 하수정씨는 멘토링이란 단순한 ‘지도’의 개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고 선후배간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저 스스로도 많은 성장을 했던 것 같아요. 만약 중고생과 대학생의 멘토링의 경우였다면 지도의 개념이 컸겠죠. 하지만 저는 학부생끼리의 만남이었기 때문에 편한 관계 속에 도와주면서 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이었어요. 자칫 오산에 빠질 수 있는 것인데, 대학생간의 멘토링은 지도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동등한 입장에 서서 누가 누구를 굳이 가르친다는 것이 아닌 서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죠.” 

하수정씨는 CMP를 통해 올해 만나게 될 새로운 멘티와의 관계 속에서 또 다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물론 멘토링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멘토와 멘티가 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생 김란아(24)씨와 역시 전화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교수님(동덕여대 역사학과 신동하 교수님)은 학문적으로 제가 닮고 싶은 분이였어요. 개인적으로, 그리고 선배로써 존경하는 분이에요. 그래서 마냥 교수님을 따랐던 것 같아요. 교수님 수업은 무조건 맨 앞줄에 앉아서 수업을 들었고, 교수님이 ‘의자가 없네?’ 하시면 얼른 다른 강의실 가서 의자도 가지고 오고 친구들이 교수님 빠순이라고 할 정도로요. 그러다 보니까 교수님도 자연스럽게 시키실 일이 있으면 저를 부르시고 그렇게 지금 와서 보니 교수님이 단순히 전공 교수님이 아닌 멘토가 되신 것 같아요.”



<2009년 10월 추계답사지에서 김란아씨와 신동하 교수님>


그렇다면 김란아씨가 교수님을 멘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수님과 제자의 관계는 대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인데, 우리는 그 모두를 멘토라고 부르지 않는다.

“단순히 수업내용에 관한 질문이나 진로 상담이 아닌 학문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에 궁금증을 가질 때 그것에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예를 들면 ‘역사란 무엇인지’ ‘왜 역사를 공부해야 되는지’ 자아가 흔들릴 때 저를 붙잡아 주셨거든요. 작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현실의 부조리에 정말 혼란스럽게 느껴졌을 때도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들이 다시금 저를 돌아 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김란아씨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덧붙였다.

“멘토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나간다는 성취감도 대단한 거니까요. 하지만 외나무 다리를 건너야 할 때, 너무 무섭고 떨리는 그 순간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고 나는 그것에 의지할 수 있다면? 나 혼자도 씩씩하게 건널 수 있지만 도움이 있다면 그 더 과정을 즐기면서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김란아씨와의 인터뷰는 범람하는 ‘멘토 만들기’ 풍조 속에서도 한 사람의 업적을 쫒아 멘토를 찾는 것이 아닌 우정관계, 인간관계를 토대로 만들어 질 수 있는 모범적 멘토링의 모습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하수정씨와 김란아씨는 멘토로서 그리고 멘티로서 많은 것을 얻었음에 틀림없다. 당신은 멘토를, 혹은 멘티를 가지고 있는가? 당신과 그들의 관계는 어떠한가? 당신의 멘토링이 멘토와 멘티가 우정을 쌓고 그 안에서 서로 성장해 나가는 그런 멘토링이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