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생각했을 때 조용했던 한 해가 언제 있었느냐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유난히도 지난 2012년은 국내외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번의 중요한 선거가 열렸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중국, 일본, 북한에서도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등장했습니다. 달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딘 닐 암스트롱이 세상을 떠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은 매일매일 새로운 사건사고들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끌벅적한 2012년이었지만 거의 변화하지 않은 것도 많이 있습니다. 많은 20대들의 실질임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저임금은 4320원에서 4580원으로 260원이 올랐습니다. 대졸자 취업률은 58.6%에서 59.5%로 0.9%p올라갔습니다. 여전히 대학을 졸업한 10명 중 4명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취업률, 최저임금같이 커다란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의 사소한 불이익들과 불편, 불의는 2012년에도 여전히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언론은 매일 이어지는 굵직굵직한 사건을 쉴 틈 없이 쫓아갔습니다. 지난 19일, 방송3사는 화려한 그래픽과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18대 대선의 모든 장면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저녁 10시 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발표와 함께 박 후보가 자택을 빠져나와 여의도로 이동하자 중계차를 동원해 박 후보의 차량행렬을 실시간으로 중계했습니다. 2012년은 종편 4사의 출범과 대안 미디어의 부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고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만 넘쳐나는 언론의 보도 속에서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들, 우리 삶과 관련되어 있지만 너무 사소하다고 취급받는 것의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대의 삶을 매일같이 규정하고 있는 밥과 집의 문제, 대학진학과 취업의 문제, 직장과 학교에서의 문제는 한 성범죄자의 얼굴이나 유명 연예인의 열애설, ‘강남스타일’의 유튜브 조회수보다 덜 중요한 취급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아직 마땅찮은 수익모델이 없는 고함20은 기사의 속도와 깊이에 있어서 기성언론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습니다. 수 천 만원의 연봉을 받는 기자가 수 백 명이 있는 언론사에 비해선 특종을 캐낼 확률도 낮고 전문성 있는 탐사보도를 하기도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2년의 사회문제와 언론이 그 사회를 다루는 모습을 하나 둘 복기해볼 때 고함20이 가야 할 길은 그다지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년이 흘러 2013년 한 해가 마무리 될 무렵에는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언론으로 고함20이 독자 여러분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