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마지막 날인 오늘, 전국에는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서울 최저기온은 영하 14도, 중부지방은 영하 15도 까지 떨어졌고, 일부 지방에는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올해의 마지막 하루도 추위와 함께 저물어 가지만, 모두들 마음만은 따뜻하지 않을까 합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2012년 한 해를 정리하겠죠. 그렇게 마음을 정갈히 하고서 2013년의 시작을 알릴 재야의 종소리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입니다.

모두가 ‘아듀, 2012’을 외치는 오늘이지만, 2012년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파업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불합리한 노동환경을 극복하고자 최후의 수단을 택한 이들에겐, 2012년의 마지막을 만끽할 여유는 허락되지 않습니다. 오늘이 지나도 2012년의 겨울은 계속될 테니까요. 거리에서, 철탑에서 온몸으로 혹독한 추위를 맞으며 사측, 정부, 거리의 시민들, 그 누구도 응답하지 않는 메아리를 반복할 것입니다.

서울 태평로 대한문 앞 '함께 살자 농성촌' ⓒ 뉴스1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송전탑 고공농성은 76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씨는 사측의 ‘사내하청 불법 파견 인정’과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현대차 울산공장 옆 송전철탑에 올랐습니다.

송전탑에 오른 지 80여일이 다 되어 가지만 노사협상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법원은 농성자들에게 철탑농성을 그만두지 않으면 하루에 30만원씩 한국전력에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늘 하루가 지나간다는 것은 그저 여전히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렇게 농성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이 배가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이들에게 내일은 2013년 1월 1일, 새로운 하루가 아니라 고공농성 77일째일 뿐입니다.

하늘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농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태평로 대한문 앞에는 쌍용차 해고자 복직, 용산 철거민 참사 진상 규명, 제주 강정 해군 기지 건설 백지화, 경남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주장하는 ‘함께 살자 농성촌’이 꾸려져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먼저 세워진 것은 쌍용차범대위의 천막입니다. 지난 4월 5일, 2009년 쌍용차 파업 이후 해고노동자 22명이 세상을 등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천막을 세웠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얼마 전 또 한 명의 희망퇴직자가 숨져 쌍용차 희생자는 2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농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12년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철탑과 거리의 농성자들. 이 기약없는 싸움은 언제쯤 끝이 날까요. 무책임한 사측, 방관하는 정부, 무관심한 사회가 이들을 거리에, 철탑에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바로 새해일 것입니다. 농성자들은 언제쯤 2012년을 훌훌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철탑과 거리의 농성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