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 죽었다고? 2003년 4월 1일, 장국영이 홍콩 오리엔탈 호텔에서 투신자살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4월 1일은 흔히 거짓말을 하는 만우절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죽음에 타살 의혹을 제기하는 소문이 들려오기도 한다. 만우절이 다가오는 지금, 타살 의혹을 받았던 그의 연인 당학덕의 추모글이 인터넷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의문의 죽음으로 알려진 장국영, 고인이 된 그를 도마에 올리기 보다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하나하나 살펴보겠다.


▲출처 : http://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view.html?cateid=1032&newsid=20100328123108946&p=newsen

화려한 영화 계보 속에서
장국영을 조명하다.

장국영은 영화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1977년 아시아 가요대회에서 2위로 입상한 후 같은 해 음반 ‘데이드리밍’을 발표하며 연예계에 데뷔하였다. 그의 영화 데뷔작은 ‘홍루춘상춘’ 으로 그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오우삼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을 통해서였다. 1년후, 코미디 무협 영화인 ‘천녀유혼’ 을 찍었다. 3부작으로 구성된 투유 초콜릿 CF는 우리나라에서 장국영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 투유 광고 속 장국영의 모습                                                   ▲ 맘보춤을 추는 '아비정전' 속 장국영의 모습 

1993년 첸 카이거 감독의 영화 ‘패왕별희’가 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면서 장국영은 또 한 번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다. 그는 ‘패왕별희’에서 비운의 경극 배우를 완벽하게 연기해냄으로써 ‘배우 장국영’ 의 입지를 굳히게 되었다. 장국영은 99년도에 쓴 그의 저서전에서 가장 기뻤던 일을 ‘패왕별희가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을 때’ 라고 꼽기도 했다. 1990년에 개봉했지만 빛을 발하지 못한 작품인 ‘아비정전’에서 맘보춤 추는 장면은 국내 모 신발 브랜드 CF에 쓰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장국영은 흥행에 참패한 왕가위 감독의 비운의 걸작 ‘아비정전’ 이후, ‘해피투게더’ 라는 왕가위 감독의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는 생전에 총 55편에 이르는 작품들에서 열연했다.

꺼꺼(哥哥)를 기억하는 그들
꺼꺼(哥哥)는 영원하리라

장국영은 팬들 사이에서는 레슬리(Leslie) 혹은 꺼꺼(哥哥) 라고 불린다. 레슬리는 그의 영어명이고 꺼꺼(哥哥)는 그의 별명이다. 영화 ‘천녀유혼’에서 공연한 왕조현이 그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후, 주위사람들이 그를 꺼꺼(哥哥)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3월 27일, 서울 행당동 성동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다음 카페 ‘장국영 사랑’이 주관하는 ‘401영상회’ 가 열렸다. 카페 운영진인 이재경(가명,29)씨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활동해 왔으며 홍콩의 추모제에도 직접 간 적이 있다고 했다. 401영상회는 두 달 전부터 기획한 것으로 매해 진행했다고 한다. 참여하는 대상은 주로 카페 회원이나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50~70여명 정도 참여하는데 4월 천도제(천도제: 죽은 사람의 넋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불교 의식으로써, 장국영 천도제는 현재까지도 무덤을 갖지 못한 장국영의 영원한 안식 바라는 팬들의 염원을 담은 것임) 때는 200여명 정도 참가한다고 한다.

▲ 장국영의 노래에 맞추어 연주하는 카페회원(3.27)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추모 영상회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전반부에서는 장국영이 열연한 영화의 편집본을 상영했고, 후반부에서는 팬이 직접 장국영의 영상에 맞추어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다. 카페 회원인 ‘수박바’님이 제작한 팬들의 추모 글이 담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었다. 1997년을 맞이하는 콘서트 영상이 상영될 때에는 극장에서 콘서트가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팬들은 영상 속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환호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꺼꺼(哥哥)는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영원히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했다. 팬들은 그의 음성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외치고 있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다음카페 '장국영 사랑'(http://cafe.daum.net/leslie)에서 제작한 장국영관련 물품


당신과의 첫만남, 아비
그 순간을 기억해요.

필자 역시 ‘아비정전’을 보고 장국영의 눈빛과 말투에 감탄했다. 불후의 명작인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을 진가를 알게 된 후, 난 그의 작품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가 출연한 무수히 많은 작품들을 보았지만 내게 장국영의 모습은 아비정전에서의 아비로 기억될 것이다. 아비가 수리진을 처음 만났을 때 던진 대사를 잊을 수가 없다. 필자에게 장국영은 ‘아비정전’의 ‘아비’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난 그를 ‘아비정전’으로 만났고 영원히 ‘아비’를 만난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1960년 4월 16일 오후 3시 1분전 당신과 여기 같이 있고,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영화 ‘아비정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