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 인수위가 중대발표를 했다. 북한이 인수위 기자실에 해킹 시도를 했다는 거였다. 인수위가 이를 알리는 과정은 매우 급박했다. 공식브리핑 시간이 되지도 않은데다가, ‘공식 창구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아닌 이원기 대변인실 실장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급박함이 잘 드러났다. 곧바로 인터넷에는 속보가 떴고 문화일보 등 석간신문에는 지면기사로 실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발표 한 시간 뒤, 인수위는 발표를 번복했다. 북한은 실제로 해킹 시도를 한 적이 없으며, 기자실 인터넷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오해하여 이 같은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공식 브리핑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보인 인수위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중대한 오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게 보통이지만, 그런 모습은커녕 어떻게든 사태를 축소하려는 모습만 보였다. 윤 대변인은 국가 보안에 관계된 문제기 때문에 구체적인 말씀은 드릴 수가 없다외부의 해킹시도 등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라는 대목에서 이해해 달라고만 말했다. 왜 이게 국가보안에 문제가 되느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그런데 임종훈 행정실장이 이어서 한 얘기는 또 달랐다. 대변인께서는 그걸 왜 국가안보와 관련 있다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인수위 내부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대변인은 인수위의 공식 입장은 해킹 시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라며 끝내 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인수위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의 불통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준다. 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졌다는 건데, 단순히 기자실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말이 어떻게 북한 해킹설로까지 이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인수위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 정부는 물론 국가의 향후 5년 간 기본적인 골격을 짜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본적인 말마저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인수위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윤 대변인의 태도도 문제다. 앵무새처럼 국가 보안 문제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끝내 명확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같이 브리핑을 한 행정실장과도 말이 맞지 않았다. 인수위는 국민 혼란의 최소화' 추구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해프닝으로 인해 그 약속은 깨졌다. 또한 북한에서 해킹 시도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식은 창구일원화 원칙을 깨면서까지 기자들에게 알리면서, 정작 이것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다시 불통 모드로 돌아가는 모습은 인수위의 이중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요즘 인수위 위원들과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피하려 애를 쓰고 있다. “할 말이 없다”, “아는 바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오로지 윤 대변인에게만 인수위 관련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그나마도 마뜩찮다. 윤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기삿거리가 없다. 영양가가 없다며 인수위원 워크숍 브리핑을 거부했다. 영양가가 있나 없나 여부는 기자들이 결정한다는 항의에도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또한 10일 브리핑에서 제가 사실 인수위 안의 단독기자라며 그렇게 해야만 여러분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제 나름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자기 입맛에 맞춰 인수위 관련 소식을 전달하겠다는 발상이다.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여러 언론에서는 인수위의 깜깜이 행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태도를 바꿀 생각이 없던 인수위는, 이날 해프닝으로 강력한 돌직구를 한 방 얻어맞았다.


인수위 출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며 내실 있는 인수위를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미루어볼 때, 인수위의 자세는 낮은 자세가 아니. 인수위가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는 방법은 결국 앞으로 남은 기간에라도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진정으로 낮은 자세로 가겠다는 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더욱 전향적인 소통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인수위 내부의 소통도 더욱 원활히 하여, 어제와 같은 황당한 오보가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