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수차례 앨범을 낸 경험이 있는 박명수가 지난 5일 ‘무한도전-박명수의 어떤가요’를 통해 자신이 작곡한 음원을 공개한 이후부터다. 방송명과 동일한 앨범은 KT뮤직에 의해 실제로 배급되었는데, 이 앨범에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부른 6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논란은 지난 18일, 1번 트랙인 정형돈의 ‘강북멋쟁이’가 미국 빌보드 차트 K팝 부문 2위를 차지하고, 유재석의 ‘메뚜기월드’도 10위에 오르면서 가열되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의 순위나 국내 음원차트 상위권 석권, 이는 분명한 ‘흥행’이다. 대중들이 이 음악에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러한 반응에 대해 가요계는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연예제작사협회(이하 연제협)는 지난 16일,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미디어 그룹의 사업영역 확장은 한류의 다양성을 죽이는 행위이다. (중략)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앞세워 음원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것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국내 음원 시장의 독과점을 발생시켜 제작자들의 의욕 상실과 내수시장 붕괴를 가져온다.”

출처: mbc

연제협 측에서는 위와 같은 입장 발표가 직접적으로 무한도전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라며, 다만 방송사와 대형 미디어 그룹들이 음원 시장을 잠식하는 데 따른 우려가 무한도전 사태를 통해 표출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은 조심스럽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과연 미디어 그룹이 한류의 다양성을 죽이는가? 둘째, 방송사들이 과연 음원시장을 잠식하는가? 셋째, 국내 음원 시장 독과점은 미디어 그룹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가? 이 세 가지 물음을 던져 보자.

첫째, 한류의 다양성 부분이다. 연제협이 이 문제를 언급한 것은 기존의 K팝(한류) 스타라고 불리는 가수들의 음원시장 장악력이 (무한도전의 앨범 등에 의해) 상대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미디어 그룹이 제작, 배포하는 음원이 한류의 다양성을 침해할까? 이 질문은 ‘한류’라는 트렌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무한도전이 뉴욕에 진출해 공연을 하고, 이들의 음악이 독특한 매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어찌 보면 다양성이 증대된다고 볼 수도 있다. 무한도전이 만든 노래가 다른 곡들에 비해 음악적 완성도나 퀄리티가 반드시 떨어진다고 볼 수도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둘째, 방송사들이 과연 음원시장을 잠식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장악력의 지속성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버라이어티 쇼에 등장하는 ‘음악’은 ‘반짝’ 인기만 누리는 경우가 많다. 방송매체의 특성상 동시다발적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인기를 얻는 데에는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음원들이 오래도록 들으며 음미할 만한 지속적인 성격을 지녔는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본방 사수’한 시청자들에 의해 순식간에 음악 차트 상위권에 오르더라도, 일주일이 지나도 순위는 급격히 하락한다. ‘어떤가요’ 앨범 이전에도 탤런트들이 이른바 ‘발을 담갔던’ 수많은 앨범들의 선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제작자들을 위한 시장이 축소되고, 기어기 내수시장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속단처럼 들린다.

셋째, 독과점 문제다. 작곡가 김형석은 무한도전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음원은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공중파 황금시간 대에 방송사에서 자체 제작한 음원을 대놓고 홍보하는 콘셉트가 문제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러한 비판은 일부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는 편이 낫다. 이른바 ‘음악 산업’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방송 편성이나 홍보 등에 있어서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아이돌 그룹의 경우 이러한 ‘지원’은 상당히 편파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많은 가수들도 여타 황금시간대 방송에 출현하여 직, 간접적으로 곡을 홍보하곤 한다. 온라인으로 음원이 유통되면서 음악 자체만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전업 가수’들도 인기 유지와 이미지 홍보 등을 위해 TV 및 라디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시청률에 보탬이 되는 경우 고정 출연자로 ‘캐스팅’되는 경우도 있다. 무한도전 같은 예능 프로의 인지도와, 어느 정도 대중적 영향력을 확보한 가수들의 TV프로 출현, 그 둘의 영향력의 무게를 비교하기는 힘들다. 다시 말해, 독과점은 무한도전 이전에도 이미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나오는 사람만 계속 나온다.”는 논리가 들어맞는 대표적인 세계가 바로 방송 아니던가.

음원시장의 차가운 현실을 생각할 때, 무한도전에게로 엉뚱한 화살이 지나치게 많이 꽂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금까지는 음악시장의 독과점이 없었는지, 한류의 다양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