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청년패널조사’ 5차년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동안 만 15세~29세 청년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생활과 사회, 경제활동 양상을 조사한 결과다. 학비와 관련해 다소 새로운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1년 기준으로 대학 재학생의 학비 부담자는 부모 87.2%, 학자금 융자 5.1%, 장학금 4%, 본인 2.3%, 형재·배우자·친인척 1.3%순이었다. 대학생 10명 중 9명은 부모님이 학비를 대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와 연합뉴스 등에서 이 결과를 보도하면서 학비 문제가 다시 한 번 이슈화되었다. 이 결과가 새롭다고 여겨질 수 있는 건 그간 논란이 되어온 ‘대학생 생계형 아르바이트 증가율’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면서, “대학생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느냐,” “등록금 때문에 공부도 못하고 저렇게 고생한다”는 연민의 목소리도 증가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학생 절대 다수가 부모님이 대주시는 학비로 공부하고 있다니, 어라? 싶다.
 

출처: 한국고용정보원


학비를 부모님이 내주는 대학생이 90%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은 절대적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최저임금은 현재 1시간에 4580원. 예컨대 시급 5000원을 받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있다고 하자. 주중 5일, 8시간씩 근무한다고 할 때 한 달간 받을 수 있는 돈은 80만원, 6개월 일했을 때 480만 원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인 335만 원(연 평균 670만 원의 절반)을 겨우 웃돈다.

그런데 이 가정은 주 5일, 8시간씩 근무했을 경우에 해당된다. 재학생의 경우 매일 밤을 꼬박 새지 않는 한 이같은 알바 시간은 일상과 병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등교 시간이 10시이고 4~5시에 수업이 끝난다고 가정했을 때, 바로 알바하러 뛰어간다고 해도 여덟 시간 꽉 채워 일하고 나면 새벽 한두 시다. 부족한 수면 시간을 간신히 채우고 등교하는 일을 주 5일 반복하는 삶은 사실상 ‘공부’는 하고 있지 않은 삶인 것이다. 실제로 이 패널조사의 다른 문항에 따르면 학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1%에 그쳤다. 알바 경험이 있는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용돈 마련(75.8%)이 주목적이었다.


결국 문제는 등록금 액수 자체로 또다시 환원된다.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현실 하에서 대학생 대다수는 부모님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더 갖춘 부모가 자녀의 학비를 대는 것은 불가피하다.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비로 등록금을 낼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등록금 전액을 벌어 납부할 수 있는 대학생은 고작 10%에 불과하다. 이 결과를 보고 “역시 20대는 부모의 도움 없인 자립 못한다”거나 “학비도 제 스스로 낼 줄 모른다”는 ‘새로운’ 비난이 나와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학비는 부모님이 대주시더라도 한 달 용돈은 스스로 벌겠다는 다짐이 훨씬 더 현실적인 것이다. 일상을 반납하고 몸을 혹사시키며 알바를 뛰는 대학생, 그들을 동정어린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기 이전에 현재 등록금 상황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액수 보고 얘기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