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었니?”라는 질문에, 20대의 상당수가 한 달 약 4번은 고개를 가로젓는다는 통계조사가 나왔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2 양곡연도 양곡소비량 조사’의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 연령대 중 20대의 결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초반(20~24살)은 월 3.7회, 20대 후반(25~29세)은 월 3.8회 끼니를 거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는 달리, 통계청 발표의 결식은 식사는 물론, 식사 대용의 어떤 식품도 전혀 먹지 않는 것을 뜻한다. 말 그대로 끼니를 아예 거르는 것이다.

연령대별 결식률을 그래프로 그려봤을 때, 20대에서 결식률은 비교적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다. 월 2회의 10대 후반에서 20대에 이르러 비교적 급격히 상승하는 결식률은 30대에 접어들어 3.2회(30대 초반), 2.8회(30대 후반), 1.8회(40대 초반)으로 점차 하강 곡선을 그린다. 성별에서도 20대는 두드러진다. 20대 후반 여성은 월 4.5회 끼니를 거른다고 답해 성별 불문하고 가장 높은 결식률을 기록했으며, 남성에서는 20대 초반이 3.3회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20대가 갖는 세대별 특성이 결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두고, 각종 언론은 20대의 결식률과 취업난을 연결하면서 높아진 청년실업과 불안정한 소득이 20대 결식률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서러운 결식성인', '생활불안정해 식비 줄여' 등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20대를 다루고 있다. 일부 매체는 일자리가 없어 밥까지 굶는 20대라는 식의 표현으로 '불쌍한 20대'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취업난과 불안정한 소득은 끼니를 거르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결식률의 주요원인을 취업난 하나로 귀결시키는 논리의 얼개는 부실하고 또 위험하다. 실제로 20대 결식률은 취업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는 2012년에 더 낮아진 수치를 보인다. 작년에 발표된 ‘2011 양곡연도 양곡소비량 조사’의 부가조사에 따르면, 2011년 20대 후반의 청년들은 월 4.1회 끼니를 걸렀다. 20대 초반 여성은 월 5.6회에 걸쳐 끼니를 거른다고 답했다. 2012년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장 높은 결식률을 기록했던 월 4.5회보다 높은 수치다. 각종 기사의 논리대로라면, 작년보다 체감실업률이 더 높아진 2012년 결식률이 더 높아져야 하지만, 취업난과 결식률, 둘 사이에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또한, 취업난이라는 거대담론으로 모든 원인을 귀결시키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20대의 결식률을 다룬 한 언론의 사설은 이런 문제점을 보여준다. 해당 사설은 “일자리가 없다 보니, 돈이 없어 굶는 20대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20대 청년들은 대부분 대학을 나와 구직활동 중이거나 일자리를 찾았다 해도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없는 20대들은 가족 구성원과 사회의 냉대 속에 비관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다.”라며 취업난에 허덕이는 불쌍한 20대의 모습을 강조한다.

이어 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가 활력을 찾아야 한다. 경제가 활황 국면에 들면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고 덩달아 20대의 결식률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며 황급히 결론을 내린다. 이런 ‘영혼이 없는’ 분석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취업난으로 수렴시키는 것은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여지를 빼앗는다. 실제 위와 같은 사설의 결론으로 20대 결식률을 낮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대 결식률은 20대 건강권의 문제로, 결식률이 높은 원인을 세부적으로 조사해봐야 할 일이다. 20대가 갖는 세대별 특성은 20대의 결식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성인으로서 독립하기 시작하는 과도기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20대는 고등학교와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 규칙적인 생활패턴에서 자유로워지는 시기다. 실제 20대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전체 연령층보다 월등히 높다. 보건복지부 '2011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20대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37.4%로 전체 연령층(20.3%)보다 훨씬 높다. 학업과 구직활동 등 불규칙적이고 바쁜 생활에 끼니 챙기는 것을 등한시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 할 수 있다.

20대 결식률은 생활복지의 시각에서 풀어갈 문제이다. 취업난, 비정규직 등의 거대 담론으로 문제를 끌어가는 태도는 문제 해결에서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 20대 결식률을 높이는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찰없이, 취업난, 불안정한 소득 등 ‘가여운 20대’를 부각시키는 감성적인 접근은 오히려 20대를 소외시킬 뿐이다. 관성적이고 게으른 분석일 뿐이다. 20대의 하루 일과부터 살펴보려는 노력이, 결식률을 줄이기 위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보다는 현실성있는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