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그룹 씨스타 멤버 4명이 몸에 착 달라붙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길거리 농구를 한다생각만큼 경기는 잘 풀리지 않는다공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무턱대고 따라다니다가 힘이 다 빠진다경기 중 쉬는 시간에 그들은 “야 김창식 왜 이렇게 몰려다녀” “걸그룹이냐?”며 서로를 책망한다그 때 한 남자가 다가와서 걸그룹 같거든배고프면 꼭 이러더라“ 하면서 스니커즈를 준다스니커즈를 먹은 그들은 갑자기 남학생으로 변해서 덩크슛을 던진다. 얼마 전부터 방송을 타기 시작한 스니커즈 광고의 내용이다. 

얼핏 보면 아리송한 내용인 이 광고는 해외에서 성공을 거뒀던 ‘You’re not you when you are hungry’(한국에선 출출할 땐 넌 네가 아냐로 해석) 광고 컨셉을 따와서 만든 것이다. 이 컨셉을 통해 미국에서는 미식축구 경기를 하던 할머니가, 스니커즈를 먹고 다시 '원래의 모습'인 힘센 젊은이로 돌아온다는 내용으로 많은 호응을 얻어냈다. 일본에서는 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홀로 불협화음을 내는 백발 노인이 스니커즈를 먹고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의 스니커즈 광고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씨스타가 나온 한국광고는 본래의 광고 의도를 전달하기는커녕 여성은 운동능력이 뒤떨어진다는 기존의 편견을 재생산해내고 있다공을 따라다니기만 하고무기력한 모습을 걸그룹과 빗대는 것은 분명한 여성 비하적’, ‘성차별적’ 메시지가 담겨있다게다가 광고에 등장한 걸그룹 스스로가 자신들에게 걸그룹이냐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으니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낄수밖에 없다. 

여성을 비하하거나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는 광고는 이전에도 많았다작년에는 날은 더워 죽겠는데 남친은 차가 없네라는 하늘보리의 전광판 광고, ‘명품 가방을 갖기 위해선 남자친구를 만들어라라는 내용의 마몽드 TV광고가 논란이 됐었다하늘보리 측에서는 가 아니라 ’ 라고 해명했으며,마몽드 측에서는 제품의 콘셉트를 경쾌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라며 사과를 표시했다. 두 광고 모두 ‘된장녀로 지칭되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의 여성상을 희화화 하려다가 반발을 맞은 것이다여성의 욕망이 남성의 도움을 받아야만 이뤄지는 것처럼 광고 문구를 만들고여성을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기대는 수동적 존재로 나타내는 것이 유머러스한 컨셉으로 만들어졌다니 놀랍기만 하다. 

광고는 TV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도 자주 보이기 때문에, 웬만한 인기 드라마보다도 더 영향력이 클 수 있다. 광고에서 여성이나 특정 계층을 일반화시키거나, 희화화시키는 것은 그들에 대한 차별을 더욱 심화하는데 일조한다. 시청자들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스니커즈 광고와 같이 사회적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광고에 대해 거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