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 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알바렐라2013의 두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치킨에 맥주한 잔! 
대학생에게는 밀려오는 과제에서, 직장인에게는 힘든 직장생활에서 벗어나는 해방구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복과 반비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치킨 전문점 아르바이트생이다. 치킨의 튀기기에서 서빙, 배달까지 하다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땀이 주르륵 흐른다. 우리에겐 맛있기만 치킨이 나오기까지 김렐라(23)씨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녀의 치킨집 알바 수난기를 들어보자.
 




Q. 어떤 알바를 하셨나요?
안성에 있는 치킨집에서 2012년 2월말부터 4월 말까지, 한 2개월 정도 일했어요.


Q. 어떤 계기로 거기서 일하게 되었나요?
겨울 내내 아르바이트를 안하고 쉬었더니 수중에 돈이 하나도 없었어요. 알바 사이트를 뒤지며 일을 찾았어요.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치킨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길래 보고 연락 했죠. 면접을 보러 갔는데, 가게가 크지 않아서 힘들 것 같지 않더라고요. 바로 다음날부터 일을 시작했죠.


Q. 일주일에 몇시간이나 일했나요?
사장님이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한 명,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한 명, 이렇게 알바생을 뽑았어요. 9시에 손님이 많으니 2명이 일했죠. 주마다 시간대는 번갈아가면서 출근했어요. 쉬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였는데, 주말알바가 금~일 중에 이틀을 나오는데 주말알바가 나오는 날에 제가 쉬었죠.


Q.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6시 타임에 맞춰서 설명을 드릴게요. 6시에 출근하면 8시까지 손님이 없어요. 그러면 사장님이 만든 무와 샐러드를 용기에 채워놔요. 그리고 포장 박스를 접죠. 이제 손님들이 오면 서빙을 시작하죠. 그런데 저희는 배달원이 따로 없고,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다니셨어요. 그러면 혼자 밖에 남지 않으니 서빙에다가 치킨 튀기기까지 혼자 다 했죠. 


Q. 배달원이 따로 없었다고요?
네,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다니셨어요. 사장님이 배달 출발하기 전에는 잔돈 준비해드리고, 치킨 소스나 콜라 다 챙겨 넣어드렸죠. 사장님이 계시면 치킨을 튀기시는데 안계시니, 제가 했죠.
그래서 가끔은 제가 배달을 가기도 했어요. 가까운 건물이면 눈치껏 제가 갔다온다고 말하고 갔다왔어요.


Q. 치킨을 튀기는 게 익숙하진 않을 텐데요?
치킨 튀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오히려 서빙보다 쉬웠죠. 초벌 튀김이 되어 있는 닭들을 기름통에 넣고 4분 동안 뒤적뒤적하며 튀겨주면 돼요. 양념치킨은 좀 더 잘게 잘라서 튀기고, 양념 묻혀서 내보내면 되고요. 그럼 그거 다시 서빙하고, 손님이 가고나면 테이블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다했죠. 만능이었어요.


Q. 서빙은 어땠나요? 손님이 많은 편이었나요?
제가 일한 시기가 대학생들이 개강했을 때라 손님이 많았어요. 치킨 먹으러 많이들 오니까요. 사실 서빙이 가장 힘들었어요. 손님들이 계속 (주문)벨을 누르면 최대한 신속하게 가야하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카페에는 음료가 나오면 진동벨이 있는데 왜 치킨집엔 없는 건가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하하)


Q. 알바를 하면서 가장 힘들고 불편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힘들게 한 손님은 없었는데, 가끔씩 나이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대뜸 반말하시고, “계산!”이런식으로 말할 때 짜증이 좀 났죠. 아무리 종업원이지만 좀 막대하시는 것 같아서요. 또, 손님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니까 비흡연자인 저는 그걸 매일 맡고 일하니까 조금 고역이었고요.
사실 가장 힘들었을 땐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일을 너무 안할 때였죠. 그날따라 배달이 많아서 사장님이 자리를 많이 비우셨거든요. 하필 손님도 정말 많은 날이었는데, 같이 일하는 알바생이 주방에서 나오질 않더라고요. 사실 주방은 치킨만 금방 튀기고 나와서 서빙을 도와줄 수 있거든요. 손님 많을 땐 도와주지도 않다가 배달주문이 줄어서 사장님이 오시니 그제야 나와 서빙을 하더라고요. 일 다 끝나고 너무 힘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물까지 났어요. 같이 일한 알바생이 밉더라고요.


Q. 그래도 알바하면서 기뻤던 적도 있었을 텐데요?
가게가 치킨집이랑 호프집처럼 안주도 함께 팔았는데요. 제가 만든 어묵탕을 손님이 맛있다고 말씀해주셨을 때 기뻤어요. 손님이 나오자마자 “우와, 어묵탕이 이렇게 멋있을 수가 있어요?”라며 감탄을 하셨어요. 제가 어묵을 푸짐하게 넣고 잘 끓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뒤돌자마자 거기서 제 머리카락이 나와서 바로 조용해졌어요.(쓴웃음) 그 뒤로 머리를 꼬박꼬박 묶고 다녔어요.


Q. 알바를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았어요. 서빙 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 이걸 하면 이 알바밖에 못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어영부영하면 저녁이 돼요. 그러면 출근하고 일 끝나면 집에 와서 힘들어서 다시 자고. 제 시간이 없었죠.


Q. 치킨집 알바가 다른 알바와 비교 했을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요?
좋은점은 그래도 같이 일한 사장님이 좋으신 분이어서 일하는 중간에 많이 쉬었어요. 치킨도 튀겨주시고, 간식도 자주 사다주셨죠. 밥 먹을 시간은 따로 없었지만, 컵라면을 사다놓으셨어요. 손님 없을 때 챙겨 먹으라고요. 
사장님이 잘해주신 게, 처음에 알바생이 오면 무조건 치킨 한 마리를 튀겨주세요. 먹고 열심히 일하라고요. 급여를 주실 때도 예를 들어서 49만 5000원이면 50만원으로 올려서 주시고, 알바하는 아이들이 대부분 대학생이고 자취생이어서 돈이 없으니까 월급이 아니라 주급으로 돈을 주셨죠.
그리고 편의점같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럿이 같이 일하니까 분위기가 활기찼던 게 좋았어요.

나쁜점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체력적인 문제요. 정말 힘들어요. 사실 이 이후로 알바를 구할 때 서빙알바를 피하려고 해요.


Q. 그럼 이후로 서빙알바를 해보신 적은 없나요?
네, 일부러 안했죠. 그런데 그 다음에 PC방 알바를 했어요. 그런데 반전이 있었죠. 제가 평소에 PC방을 안가서 몰랐는데 요즘엔 라면이랑 빵을 서빙해주더라고요. 멘붕이었죠. 서빙 안하려고 PC방 알바를 한건데 컴퓨터가 200대 있더라고요.(쓴웃음)


Q. 마지막질문인데요. 김렐라씨에게 치킨이란?
알바할 때나 지금이나 ‘치느님’은 언제나 옳아요. 알바 안하는 주말이면 치킨을 시켜 먹기도 했어요. 평일에는 그거 서빙하느라 그렇게 힘들었는데 주말엔 맛있어서 시켜먹었죠. 지금은 카페에서 알바를 하는데, 그걸로 스트레스 받으면 요즘도 시켜먹어요. 다들 그렇잖아요? 치맥은 사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