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명사】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 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직장에 나간 부모를 대신해서 가사노동과 육아를 담당하는 가사노동시장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동안 가사노동시장의 노동 공급자는 대부분 중, 장년층의 여성들이였지만 최근 여대생들이 육아도우미(이하 베이비시터)로 나서면서 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여대생 베이비시터는 단순히 아이를 돌봐주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주는 놀이시터, 책을 읽어주는 북시터,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영어시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여대생들에게는 기존의 알바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시급과 시간 선택의 용이성 등의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알바렐라 2013의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7년 이상의 베이비시터 경력을 자랑하는 정렐라씨(23). 그녀가 다년간 겪었던 베이비시팅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렐라이고 스물세 살입니다. 현재 미국에 있는 대학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휴학하고 귀국한 상태입니다. 한국에서는 베이비시팅와 대학생과 직장인들 대상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Q. 베이비시터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을 했어요. 사실 한국의 베이비시터의 개념과 미국의 개념은 조금 달라요. 미국에서는 법으로 일정 연령 이하의 아이들은 집에 혼자 둘 수 없도록 정해져 있어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가 살았던 주는 13세 미만의 아이는 혼자 있으면 안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 미국에 있을 때 홈스테이를 했는데 그 집 아이들이 어려서 아줌마가 외출하실 때는 꼭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나요. 아무튼 그래서 미국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시터를 많이 해요. 예를 들면, 옆집 아줌마가 외출할 때 “제시카, 우리 아이 좀 잠깐 봐줄래?” 이런 식이에요. 그럼 용돈 개념으로 1~2달러 주거나 과자를 줄 때도 있구요. 하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돈을 받으면서 했어요. 그래서 용돈을 벌어보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베이비시터말고도 북시터, 영어시터라는 것도 있던데요, 이것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북시터는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책을 읽어주는 베이비시터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북시터는 미국에 있을 때 처음했었는데, 미국에 주재원으로 와있는 한국인 가정이였어요. 그 집에서 책을 영어로 읽어주는 일을 2년 정도 했어요.

영어시터는 대학에 진학한 후에 방학을 하면 귀국해서 알바로 시작했어요. 영어시터는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말을 영어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장난감 가지고 놀면서 “이건 Cup이야, 저건 block이야.”이런 식으로 알려주는 정도에요. 하지만 아이들마다 영어구사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 수준에 따라 한국말도 적절히 섞어가면서 해요.
 


Q. 한국에서는 일을 어떻게 구하셨나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외국생활을 오래했다보니 한국에 인맥이 없어요. 그래서 과외나 베이비시터 일을 구할 때 인터넷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베이비시터 구인구직 카페 같은 곳에 글을 올리면 어머님들에게 연락이 와요. 그러면 어머님과 이야기해보고 일을 시작해요. 아무래도 외국 생활도 오래했고 미국에서 대학도 다니고 있으니, 광고글 올려놓으면 연락은 많이 오는 편이에요.

Q. 문의가 많이오면 다 할 수 없으니 선택을 하셔야할텐데, 선택의 기준이 있나요?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할려고 해요. 제가 아기를 정말 좋아해요. 그냥 아기보는게 좋아요. 하지만 아기도 착하고 어머님도 좋으시면 가격이 조금 안맞더라도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아기와 어머니랑 안 맞으면 아무리 그쪽에서 시급을 높게 부르셔도 안해요. 사실 수요는 항상 있으니까 선택권은 저한테 있거든요.

반면에 시급을 지나치게 적게 부르시는 분들도 계세요. 아기를 돌봐주는 것보다 영어 과외를 시키려고 요구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저는 아기를 돌봐주려고 하는 거지 과외를 하는게 아니잖아요. 한번은 영어시터를 구하시는 어머님이 시급 5천원에 해달라고 하신적이 있어요. 저렴한 가격에 하고 싶으신 어머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5천원 받으면서는 일을 할 순 없더라구요. 그래서 그땐 정중히 거절했어요.

Q. 지금 돌보아주고 있는 아이들은 몇 명인가요?
 
지금은 3명의 아이를 봐주고 있어요. 첫 번째 아이는 3살이고 여자 아기에요. 얘는 얌전하고 노는 걸 좋아해요. 같이 책도 읽고, 과자를 구워서 간식으로 주기도 하구요. 제가 과자나 쿠키 굽는 것을 좋아해서 어머니에게 “제가 쿠키 굽는 것을 좋아하는데 애들이 좋아하면 구워줘도 될까요?”라고 여쭤보니까 되게 좋아하셨어요. 아이도 잘 먹구요. 이 아기의 경우에는 베이비시터로 일을 하고 있어요.

두 번째 아이는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7살 남자애에요. 애가 유치원 끝나고 집에 셔틀버스타고 오면 제가 기다리고 있다가 데리고 와서 숙제를 도와줘요. 그리고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도 같이 해보면서 놀아줘요. 이 아이의 부모님이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으세요. 나중에 국제 학교를 보내고 싶어하세요. 근데 부모님들은 영어를 못하시고 영어 테이프 틀어놓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영어시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마지막 아이는 6살 여자애에요. 캐나다에서 태어나서 한국에 온 아이거든요. 그래서 한국어도 아직 미숙하고, 수학도 약해요. 영어도 그렇게 잘하진 않구요. 그런데 곧 학교도 들어가야되니까 어머님이 걱정이 많으세요. 그래서 장기적으로 수학도 떼고, 한국어랑 영어도 떼는 것을 목표로 학습시터를 하고 있어요.

Q. 시급은 어떻게 되나요?
 
첫 번째 아이는 베이비 시터로 1만원 받고 있구요, 두 번째 아이는 영어시터로 2만원 받아요. 세 번째 아이는 학습시터이고 1만 5천원 받고 있어요. 일주일에 세번씩 일을 하면서, 베이비 시터만 한번에 3시간씩 돌봐주고, 나머지 두아이는 한번에 2시간씩이에요.

Q. 일하면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적도 있나요?
 
한번은 일을 하기로 하고 다음날 집에 갔거든요. 집에 도착했는데 어머니가 나오시더니 죄송한데 다른 분을 구했다고 하시는 거에요. 미리 연락도 안해주고 말도 없이 그렇게 되니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정말 속상했어요. 사실 거리도 멀어서 고민하다가 하기로 한거였거든요.

어떤 어머님은 영어시터를 구하시는데 시급을 깎고 깎아서 1만원에 해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때도 고민을 하다가 그냥 한다고 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아이가 한 명이 아니고 쌍둥이인거에요. 아무리 쌍둥이라도 두 명의 아이잖아요. 그런데도 어머니가 계속 쌍둥이니까 한 명치 시급으로 해달라고 말씀하셔서 못한다고 했어요.

다른 경우에는 어머님꼐서 형제를 봐달라고 하시는데, 한번 가면 2시간 있으니까 1시간씩 봐달라고 하시는 거에요. 근데 사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잖아요. 어떻게 한 명씩 시간 맞춰서 봐줄수 있겠어요. 전에 했던 분은 그렇게 했는데 왜 안되냐고 말씀하셔서, “그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렇게는 하기 힘들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서 정중히 거절했어요.
 

정렐라씨


Q. 아무래도 여대생이다보니까 육아의 경험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 걱정의 목소리도 있을텐데요, 인터넷에서 대학생 시터는 경험도 없고, 책임감과 성실성이 부족하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 생각에는 몇몇 소수의 사람들의 일들로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것 같아요.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이 기억에 더 남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일을 시작할 때, 어머님께서 전에 대학생 시터를 써봤는데 정말 별로였다면서 정말 잘할 수 있냐고 재차 확인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데 모든 대학생 베이비시터가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비단 베이비시터뿐만이 아니고 어떤 일을 하던간에 성실성과 책임감은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대충 시간만 때우고 돈만 벌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일을 하면 안되죠.

Q. 일을 하시면서 생긴 노하우 같은 것이 있나요?
 
사실 이 일이 고등학생들 수능과외하는 거랑은 다르잖아요. 공부같은 경우는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다는 가이드라인이 있을 수 있는데, 아이를 돌보는 것은 노하우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잘 우는 아이도 있고 안우는 아이, 떼를 쓰는 아이, 얌전한 아이 등등 정말 성격이 다 다르잖아요. 최대한 아이의 성격에 맞춰서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아요.

Q. 베이비시터를 하면서 힘든 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크게 힘든 점은 없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아이를 안는게 익숙하고 낯설지 않았거든요. 아기를 좋아하다보니까 아기가 울어도 예쁘고 칭얼대도 예뻐요. 근데 아기가 걸음마를 띄면 높은 곳을 올라갈라고 하면 가슴이 철렁하죠. 그때부터는 말도 좀 안듣기도 하거든요.

오히려 아기 때문에 힘들다기 보다는 어머님들 때문에 힘든적이 많아요. 어머님들이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으시다보니까 요구하시는 사항이 많아요. 집에 가면 “오늘은 블럭놀이랑 공놀이를 같이 해주시구요, 책은 두권 내지 세권은 읽어주세요”라고 말씀하세요. 근데 아이가 공놀이를 좋아하면 공놀이 하다가 다른 놀이를 하기가 사실 힘들거든요. 노는게 노는 것이 아니라 학습적 효과를 신경 쓰시니까 그 점에서는 조금 힘들긴 해요. 사실 제 역할은 아이를 즐겁게 하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인데, 선생님 같은 역할을 해야되니까요..

Q. 미국 어머님들과는 많이 다른 가봐요?
 
네. 미국 어머님들 같은 경우에는 큰 신경을 안쓰세요. 그냥 TV 보여주지 마세요, 위험한 짓 못하게 하세요. 이정도만 말씀하세요. 그리고 제가 집에 오기전에 먼저 나가시게되면 '저녁을 냉장고에 넣어뒀으니 시간되면 주세요. 저는 몇 시에 돌아와요.'라고 메모만 남겨두세요. 그럼 최소한의 보호자 역할만 하면서 제 공부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되죠. 한국에서는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제가 해야할 일은 확실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한국어머님들이 자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뉴스보니까 영어태교라면서 뱃속에 아이에게 영어 테이프 들려주고 학습태교를 한데요. 근데 그렇게 하면 아이가 자폐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거에요. 애들이 스트레스 받아서 유산이 되기도 하구요. 그 뉴스를 봤을 때는 마음이 정말 아팠어요. 한국 아이들은 스스로 살아간다기 보다는 부모님이 정해준 것을 하면서 살아가잖아요. 그게 미국과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Q. 베이비시터를 하면서 기억에 나는 일을 말씀해주세요.

그동안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아이를 봤는데 정말 한명 한명이 다 기억이 나요. 한번은 네 살짜리 남자애를 돌봤었는데 정말 말을 엄청 안들었어요. 처음 시작한 날부터 그만 두는 날까지 말을 들을 적이 없어요. 그 가족이 이민을 가게되면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온거에요. 전화 받으니까 그 아이가 누나 어디 갔냐고, 보고 싶다면서 우는 거에요. 그땐 저도 울컥하면서 6개월 동안 고생한 보람을 느꼈어요.

Q. 만약 베이비시터 의뢰가 더 들어온다면 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베이비시터는 더 많이는 안하고, 지금 있는 세 아이에게 집중하려고요. 사실 가기전에 따로 준비해야될 것은 없지만, 아이들이 많아지면 마음가짐에 있어서 집중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지금이야 휴학생이니까 세명을 돌봐주고 있지만, 학교다닐 때에는 한명이 제일 적당한 것 같아요. 그리고 베이비시터가 제 본업은 아니니까요. 

Q. 앞으로 베이비시터 알바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일을 할때는 무엇보다도 성실함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신뢰라는 것은 한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어머님과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과 추억을 남길 수 있게 신뢰를 지켰으면 좋겠어요. 약속시간을 잘지키고, 약속한 대로 아이를 돌봐주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수 있게요. 일을 하실 때, 이 아기가 내 아이이고 내가 직장인이 되어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을 때, 이 사람이라면은 내 아이를 맡길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실 만큼 열심히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베이비시팅하러 갈 때, 화장품 안바르고 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중에 화장품에 민감한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화장품이 아이들 건강에 좋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도 아이 돌봐주러 갈때는 화장을 안하는건 물론이고 로션도 안바르고 가요!

Q. 베이비시터를 하면서 느낀 점이 있으신가요?

사실 여자가 직접 애를 낳아서 기르기 전에 육아에 대해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없잖아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미래에 내가 어머니가 되었을 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베이비시터를 하다보면 “육아가 정말 힘든 일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그럼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생겨요. 저는 베이비 시터하면서 정말 효녀가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