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세 번째 이야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의 분업화가 이뤄진 것이
200년도 더 지난 일이건만, 왜 아직도 이 샌드위치 가게에는 도통 분업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단 말인가? 야채 썰랴, 반죽 발효시키랴, 빵 구우랴, 설거지 하랴... 지하철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는 그 샌드위치 가게에서 1년간 일 해온, 모든 일에 만능이어야만 했던 김렐라(21)씨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Q.
어떤 알바를 하셨나요?

2011년에 1년 동안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했어요. 주말엔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했고, 주중에 하루 골라서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어요. 매장 안의 전반적인 일을 다 했어요. 재료준비, 빵 굽기, 쿠키 굽기, 샌드위치 만들기부터 계산, 설거지, 테이블 정리까지 매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했죠.


Q.
그 많은 일들 중에 가장 하기 싫었던 일과 하고 싶었던 일은 뭐였나요?

테이블 정리가 제일 싫었어요. 주방 쪽에서 매장 쪽으로 가려면 카운터 밑으로 나가야 했거든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설거지도 싫었어요. 의외로 설거지 할 게 정말 많아요. 예를 들면, 야채 같은 걸 플라스틱 통에 보관하는데, 한 통을 다 쓰면 새 통을 가져오고 원래 있던 통을 전부 설거지 해야만 해요. 무엇보다도 오븐 철판 설거지하기가 정말 싫었어요. 오븐에 반죽이 눌러 붙어서 정말 안 떨어지거든요. 그래서 뜨거운 물에 판을 불려서 씻어야 해요. 정말 끔찍했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카운터요. 카운터는 모든 알바의 꽃이에요(웃음). 다른 일에 비하면 정말 쉽죠. 모두가 탐내는 일이어서, 대부분 카운터는 매니저들이 봤고, 매니저가 없는 날에는 알바생들 중에 몸이 안 좋거나 휴식이 필요한 친구들이 봤어요.


Q.
음식 만드는 일은 어땠나요? 주방기구를 많이 쓰다 보니, 다치는 경우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야채를 채 써는 건 기계로 하기 때문에 알바생들은 기계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자르면 돼요. 그래서 칼에 베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오븐에 데는 경우는 많았어요. 심각한 화상을 입은 건 아니고, 오븐 판을 꺼내다가 살짝 데이는 정도였어요. 그럴 때는 대충 약만 바르고 다시 일했죠.


Q.
알바생들은 몇 명이었나요?

보통 네다섯 명이었어요. 같은 타임에 알바하던 5명이 모두 동갑이라 친구처럼 재밌게 지냈어요. 알바를 1년이나 할 수 있던 것도 다른 알바생들이랑 노는 게 재밌었기 때문이에요. 나중엔 일에 적응하니까, 알바하러 간다기 보다는 친구들이랑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수다떨면서 놀고 있으면 돈도 나오니까 좋았죠. 딱히 뺀질대거나 하는 친구도 없었고, 서로 배려도 많이 해주고 좋았어요.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낼 정도에요.


Q.
그런 알바를 왜 그만두시게 됐나요?

매니저 승급을 둘러싸고 점주님과 마찰이 있어서 그만두게 되었어요. 저에게 이 알바를 소개해줬던 친구가 알바생들 중에 가장 오래 일했고, 그 다음이 저였어요. 그런데 저희보다 일을 더 적게 했던 다른 타임 알바생을 매니저로 올려버린 거에요. 평소 친구가 사정이 있어서 알바를 그만두려고 할 때마다, 점주님이 매니저 자리 생기면 매니저로 바로 올려줄테니까 그만두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셨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제 친구가 매니저가 될 줄 알았는데 엉뚱한 사람이 매니저가 된 거에요. 저희로서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죠. 그래서 그만뒀어요.


Q.
매니저는 일반 알바생들보다 혜택이 더 많은가 봐요?

아무래도 직급이 높으니까 더 편하죠. 알바의 꽃, 카운터도 많이 보고요. 그리고 시급도 더 높아요.


Q.
알바 시급은 얼마였나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처음 시작했을 땐 그 당시의 최저임금을 받았어요. 4320원인가? 그리고 한두 달 지날 때마다 100, 200원씩 올랐어요. 그만 둘 때에는 시급 5000원 정도를 받았어요.

Q. 알바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진상 손님을 만났을 때요. 샌드위치를 싸고 있는데, 매장에서 먹고 가겠다고 하시는 거에요. 근데 매장에서 먹고 간다고 해서, 쟁반 위에 빵만 덜렁 올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맥도날드에서도 햄버거 위에 종이로 한 번 싼 다음에 나오잖아요. 그래서 샌드위치를 종이로 감싸고 있는데 그 손님이 쌍욕을 하시는 거에요. ‘내가 먹고 간다고 하지 않았냐, 날 무시하는 거냐, 포장을 왜하냐이러면서요. 그 손님이 좀 피해망상이 있던 것 같아요. 무시하지 않았는데도 무시했다고 생각하고. 그 때가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정말 많았어요.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 들어보지도 못 한 쌍욕을 듣고 있으니까, 너무 억울했어요. 다행히 점주님이 계셔서 상황이 일단락되긴 했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오죽했으면 옆에 계시던 다른 손님이 저보고 괜찮냐고 물어보셨겠어요.


Q.
손님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힘들었던 것 말고, 일을 하는 자체가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요?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서 힘들었어요. 제대로 된 밥은 당연히 못 먹고, 샌드위치 하나 싸서 먹는 거에요. 따로 시간이 안 정해져있으니까 상황 봐서 손님 좀 없다 싶으면 안에 들어가서 먹고, 그러다 다시 손님 많아지면 나가서 일하고... 손님 없으면 또 들어가서 먹고... 그리고 제가 얼른 먹고 나와야 다른 애들도 먹을 수 있으니까, 빨리 먹어야 해요. 항상 5분 안에 흡입했어요. 따로 식대가 나오는 게 아니라 샌드위치가 식사여서, 만날 샌드위치만 먹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샌드위치만 먹으면 지겹잖아요. 그래서 다른 걸 시켜 먹으려고 하면, 그 돈은 저희가 내야 했어요. 그러면 한 시간 시급이 나가는 거니까 그게 불만이었죠.


Q. 1
년이란 긴 기간 동안 알바를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요?

샌드위치 가게 알바는 스무 살이 되고 나서 시작한 제 첫 알바였어요. 그 전까지는 부모님한테 용돈만 받으면서 살았죠. 알바를 하면서 자립심도 생긴 것 같고,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가장 크게 느낀 건 세상엔 정말 별의 별 사람들이 많다는 것! 피해망상 있던 그 진상 손님을 포함해서요. 세상엔 정말 또라이가 많구나, 알아서 잘 피해야겠다는 걸 배웠죠(웃음). 그리고 돈 벌기 정말 더럽게 힘들구나하는 것도요. 그리고 많은 손님들을 접하다보니, 사람대하는 법도 많이 배웠어요. 다시 하라면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나쁜 기억은 아니에요. 지금도 종종 사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