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 나가면 꼭 여성분들이 묻는 질문이 ‘혈액형이 뭐에요?’라는 질문이에요.
여자분들은 혈액형으로 성격을 단정 짓는 거 같으시더라고요.
정말 혈액형이 성격을 좌지우지 하나요?  - A씨가 ㄱ사이트에 올린 글

"넌 혈액형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A형
“A형인데..사람들이 다 A형으로 안보고 다들 B형이나 O형같대” (A형같음을 숨긴다.)

B형
“몰라 왜!!” (혈액형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O형
“O형이야.” (당당하게 밝힌다)

AB형
“AB형인데 왜?” (오히려 반문한다.) >

이쯤 되면 지겨울 만하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혈액형별 행동, 혈액형 궁합, 혈액형별 성격, 혈액형과 관련된 영화는 누군가에게 ‘혈액형 콤플렉스’를 느끼도록 부채질한다. 혈액형 콤플렉스를 지닌 이들은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체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혈액형 콤플렉스는 어디서 왔을까? 그런데 정작 혈액형 콤플렉스를 낳는 근원인 혈액형설(說)들은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혈액형설들을 가르는 기준이 정확히 정립되지 않다보니, 우리는 혈액형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두 편견으로 치부할 수도, 그렇다고 모두 진실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혈액형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혈액형설을 양산한 역사와 원인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아야 할 것 같다.

 
사람을 가르는 4분법의 탄생과 논란

엄청난 파장과 함께 혈액형 콤플렉스를 불러일으킨 학문은 바로 심리학. 1916년 독일로 유학을 갔다 온 일본인 의사 키마타 하라는 혈액형과 성격을 연결시키려는 조사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어서 일본인 의사 하라키마타가 일본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혈액형과 성격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혈액형 심리학’이 탄생하였다. ‘혈액형 심리학’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일본의 많은 정부기관과 기업체들은 혈액형을 직원 채용 기준의 하나로 삼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후 다른 심리학자들이 혈액형과 성격이 관련된다는 사실을 통계로 증명해보이려 했지만 대부분 실패하면서부터 판세가 뒤집어졌다. 오히려 혈액형은 성격과 관련이 없다는 증거자료로 쓰이게 되었다. 의학계에서도 혈액형설에 관해 부정적이다.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 한규섭 교수는 46개의 염색체 중 9번 염색체 끝 부분의 한 유전자만이 ABO 혈액형을 결정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유전자가 모든 성격을 결정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출처 : book.interpark.com/blog/postArti...3D804240

                       
그래도 혈액형에 목매는 이유

아무리 혈액형설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혈액형설을 믿고 또 누군가는 혈액형 콤플렉스를 느낀다. 이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와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바넘 효과’란 어중간하고 애매한 이야기일지라도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하여 꼭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바넘 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 경향 때문이다. 바넘 효과는 다른 사람의 혈액형을 알고 난 후에도 적용된다. 혈액형과 연관지을 수 있는 행동들은 확실하게 각인이 되고, 그렇지 않은 행동들은 제대로 각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타인의 말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행동으로 유도되는 것을 뜻한다. 가령 B형 남자가 “B형 남자는 나쁜 남자다.”라는 말을 듣고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말과 일치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이다.

 

                                      출처: seasnail1.egloos.com/


혈액형 콤플렉스, 자칫하면 자살까지도

지난 2008년 12월 10일경 부산 모 아파트에서는 13세 여중생이 엄마와 싸운 후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진 사건이 있었다. 그 여중생의 유서에는 "A형이 원래 그렇잖아요. 잘 못 잊잖아요."라며 어떤 문제로 상처받고 고민하는 것을 곧장 혈액형 탓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형 콤플렉스는 특히 성격 형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져 위험성이 크다.

사람의 성격은 혈액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혈액형에 관한 속설이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혈액형설을 맹신하고 혈액형 콤플렉스를 지닌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누군가는 혈액형설을 단순히 재미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혈액형 콤플렉스로 받아들여져 최악의 상황인 자살까지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 혈액형에 관한 판단을 내세우기 보다는 이제는 혈액형 콤플렉스로 인한 불상사를 막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