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남한의 자존심 대결이 마치 어린아이들의 싸움을 보는 듯하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마지막 보루로 불릴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서 상징적인 존재였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의 폐쇄가 양측에 크나큰 손실을 입힌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즉, 평화나 상호협력이라는 추상적 가치를 배제하고 철저히 실리만 따지더라도 남북이 서로 초강수를 두는 것은 결코 득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중국에 인력을 수출해 벌어들이는 외화로 개성공단의 수익을 대체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순간 북한이 입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얻는 수익은 950여억으로 GDP의 7.3%를 차지하는 데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 5만 4천여 명의 일자리가 한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5만 4천여 명의 근로자를 추가적으로 중국에 수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뿐 더러, 앞으로 나진‧선봉 특구 등의 외자 유치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을 예상하면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입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북한 못지않은 손해가 예상된다. 일단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이 모두 도산 위기에 처했다. 당장 생산이 중단된 것은 둘째 치고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더라도 정상적인 운영이 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 기업의 존망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인 것이다. 투자금과 협력업체 피해까지 따지면 총 손실액은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개성공단만은 닫히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입주한 기업들의 믿음을 한 순간에 깨버렸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더라도 새로운 기업들의 유치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서로의 잘못을 지적만 하며 자존심을 세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양쪽 모두 깨달아야 하지 않나 싶다. 지금 남북한의 모습은 상황이 나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굽히기는 싫어 각을 세우는 어린아이들의 싸움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적어도 북한은 지금까지 협박과 보상의 방식으로 어린아이 전술을 써왔으니 그러려니 한다고 치자. 우리 정부는 그런 북한을 포용하고 회유하는 넓은 자세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어린 아이가 떼를 쓴다고 똑같이 어린 아이가 되는 전략은 함께 진흙탕에 빠지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정부가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끊어질 위기에 놓인 남북관계를 정리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