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대학가에서 학과 구조조정이 논란의 중심이다. 작년에 동국대, 서경대, 원광대, 대진대 등에서 학과 통폐합이 이뤄진 데 이어, 올해는 중앙대와 배재대, 국민대 등이 강도 높은 학과 통폐합 및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 및 폐지되는 학과들을 보면, 청소년학과, 비교민속학과, 국어국문학과, 독일어문학과, 프랑스어문학과 등 주로 순수학문의 범주에 속하는 학과들이다. 구조조정에는 일관된 방향이 있는 셈이다.

1차적으로 대학교의 처사를 비판한다. 대학교는 기본적으로 종합 교육기관이다.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다. 어떤 학문이든 간에 이러한 기본적인 목적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문학은 인문학대로, 사회학은 사회학대로, 물리학은 물리학대로 나름의 역할을 하며 국가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학과 구조조정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대학교들의 행동을 보면, 대학교 자신부터가 우선 학문에 차별을 두고 있다. 순수학문 관련 학과가 하나둘 통폐합되는 대신 응용학문 관련 학과의 정원이 늘어나는 경향은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에서 통폐합되는 학과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도 문제다.

다만 대학교가 학과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은 있다. 교육부의 엉성한 대학평가 기준이 그것이다. 이명박 정권 들어 교육부는 부실대학을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학자금대출 제한대학, 경영부실 대학 등을 꼽아 왔다. 이 때 부실대학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으로는 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재학생 충원률, 장학금 지급 비율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 기준이 대학교의 학문 편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교에게 부실대학이라는 엄중한 철퇴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교는 살아남기 위해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취업률에 기반을 둔 학과 구조조정은 이전보다 일상화되었고 당연시되었다. 언론사 등 각종 기관들에서 잇따르는 대학교 평가순위도 문제다. 이들 역시 순위를 매길 때 취업률, 재학생 충원률, 국제화지수 등을 큰 비중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대학교 평가순위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겐 충실한 길잡이가 되었고 기업들에겐 현재 학교 순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가 되었다. 대학교가 평가순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인문학의 위기가 곧 대학교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인문학의 위기는 이전부터 지속되어 왔고 이를 구조조정의 주요 원인으로 보긴 힘들다. 그보다는 취업이 제 1의 가치로 떠오른 세태, 그리고 그 세태를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교육부와 언론사의 순위 매기기’, ‘우열 가리기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캠퍼스 내 학과 구조조정은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갑작스런 통폐합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 양산될 것이다.

물론 부실대학을 가리지 말자, 대학교 간의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다만 좀 더 적절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떻게 하면 대학교의 본래 의미를 잘 살리면서 평가할 수 있을지, 학과 구조조정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