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집 근처에는 매일 오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옆집에서 밥을 한 번 주니 계속 오기 시작했다. 밥 주는 사람이 깜빡하기라도 하면 크게 울기도 한다. A씨는 밥을 달라고 반복해서 우는 고양이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아예 처음부터 밥을 안 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고양이를 길들여 놓고 간 것이 무책임하다고 느꼈어요.” 
 
길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생존력이 높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좁은 통로를 지나기도 쉽다. 길 위에서 살기 적합한 신체 조건이다. 늘 근처에 있었지만 유기견보다 위협적이고 비위생적인 동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최근에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제공하며 길에서 살 수 있도록 돌보는 캣맘, 캣대디(고양이에게 음식 등을 챙겨주며 돌보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들도 늘어났다.

길고양이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지역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를 반대하는 이들과 캣맘들의 갈등이 깊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돌보는 것은 비위생적인 길고양이 확산에 일조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강동구에서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제공하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할 계획을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동물자유연대에는 주민과의 마찰로 도움을 요청하는 캣맘들의 연락이 잦다.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분들은 보통 그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직접 관공서에 공문을 발송합니다” 라고 대처 방안을 밝혔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 중에는 그릇을 버리거나, 고양이를 잡아가겠다고 경고하는 이들도 있다. 먹이를 주는 것이 불법은 아니며, 길고양이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뿌리가 깊다.  
 

김하연씨가 찍은 길고양이 사진.


길고양이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는 B씨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은 있지만, 배설물은 아무도 치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양해할 수는 있지만, 차량 손상이나 배설물 문제는 정말 난감합니다. 굳이 먹이를 주고 싶다면 배설물 문제도 해결점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모래, 쓰레기봉투 비용 감당이 불가능하다거나, 다른 사람 건물이라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를 듣게 되더군요.” 외부 주차장 같은 경우 담에서 고양이가 뛰어내리며 승용차 위에 찌그러짐이 생기기도 한다. “발정기 울음소리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아요.” 출입이 쉬운 건물의 경우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헤집는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B씨는 사후관리(급식소의 배설물 처리)가 어려운 경우 동물 복지 정책이 오히려 동물의 이미지 하락에 일조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개체 수 조절만 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고양이 이전에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자기 행동에 관한 책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3년 차 캣맘 김하연(21)씨는 길고양이들을 만나러 갈 때면 그만의 신호를 보낸다. 골목 등에서 휴대전화에 내장된 구슬 소리를 내면 고양이들이 김씨 쪽으로 다가온다. “반려묘와 산책하던 중 고양이들이 친밀감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고 캣맘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김씨가 다리를 다친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어미 고양이는 이미 길에서 세상을 뜬 상태였다. 안타까운 마음에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지만, 본능적인 경계심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밥을 먹지는 않았다. 김씨는 고양이 전용 음식과 사료를 섞어 고양이가 자주 드나드는 공간에 두고 기다렸다. “접시와 통이 비워져 있으면 마음이 뿌듯했어요.”

고양이가 길에서 지내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김씨는 캣맘과 캣대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람과 길고양이 사이를 잇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고양이의 배설물이나 헤어볼(고양이가 그루밍-몸단장-을 하는 과정에서 삼킨 털이 뭉쳐져 몸 밖으로 나온 형태)을 보면 비닐봉지로 수습한다. “겨울철엔 자동차 엔진룸에 들어가 사고가 발생하기도 해요. 사람들이 발소리를 크게 내주거나 경적을 울리면 고양이들이 피할 수 있어 사고 예방이 가능하죠.” 그러나 소리에 민감한 고양이들은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한다. “발소리를 크게 내거나 먹이로 유인하는 대안이 있어요.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양이가 아늑하게 지낼 수 있는 장소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김씨는 또 길고양이의 먹이 문제에 대해 “쓰레기봉투를 찢어 배고픔을 달래는 고양이가 있다면 그 근처보다는 자주 다니는 길목 구석에 밥을 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또 불규칙적으로 밥을 줄 것을 권장했다. “규칙적일 경우 고양이가 항상 그 시간에 방문하게 되는데, 도중에 주지 않을 때 크게 울기 때문이에요.”

혼자 남겨진 새끼 고양이가 안타까워서 집으로 데려간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필수다. 믿을만한 곳에 입양을 시키거나 직접 키워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새끼 고양이가 혼자 있다고 해서 버려진 것은 아니다. 어미 고양이가 잠시 먹이를 찾으러 간 사이 안타까운 마음에 무작정 거둬들였다가 나중에 단체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감당할 수 없어 동물 보호단체의 문을 두드린다 해도 고양이가 계속해서 보호받을지는 미지수다. 유사한 요청이 워낙 많아 단체에서 돌볼 수 있는 동물 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있다 놓아주어도 이미 손을 탄 상태여서 어미가 돌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제공하면 개체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동물자유연대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모여든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지역에서 일정 개체 수가 차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식이라는 것이다. 또 고양이는 생존 위협이 높을수록 번식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섭취할 경우가 적을수록 개체 수가 많아진다. 오히려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경로가 확실할 때 개체 수 조절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