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시크릿이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이 화제가 됐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여기서 민주화라는 단어는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에서 비추천, 집단괴롭힘 등의 의미로 변질돼 쓰인 것이다. 그는 즉시 SNS 등을 통해 “적절하지 못한 단어 사용”에 대해 사과했으나, 네티즌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마녀 사냥을 연상케 할만큼 전효성 개인을 끝없이 비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개인적인 카타르시스를 넘어서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전효성이라는 연예인이 발언했다는 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일 뿐, 그것은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민주화’라는 단어의 왜곡된 뜻이 퍼져 나가고 있고, 그 왜곡된 의미를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본질이다. 전효성의 발언 자체에는 문제가 있지만, 그녀를 근원적인 악으로 보기엔 어렵다는 얘기다. ‘민주화’의 일베식 의미를 알고 있었든 아니었든, 단순 실수이든 의도성이 다분한 행위이든, 그녀를 비난한다고 해서 ‘민주화’의 왜곡된 의미가 확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의 실수 혹은 ‘무식’하다고 여겨지는 행동에 대해서는 항상 광적인 비난이 이어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지성이 낮다고 평가되곤 하는 아이돌에 대해서는 더욱 더 가혹하다.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 3일 전에도 <무한도전>에 아이돌이 대거 출연해 근현대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장면이 방송되면서 ‘아이돌들의 무식’, 나아가 ‘청소년과 청년들의 무식’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 역시 요즘 젊은 세대들 중 일부 개인의 ‘무식의 소치’라기 보다는 역사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무한도전>에서 출제된 문제들이 굉장히 단편적인 지식, 즉 역사관이 아닌 역사에 대한 암기 지식을 묻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민주화를 왜곡해서 사용하여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온 일베 회원들은 전효성에 대한 비난을 보며 자신들의 언어 사용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전효성을 비난하는 논리에 대해 ‘민주화시키는 좌좀들은 답이 없다’는 식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화’를 일베 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상식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상식 밖의 일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답은 비난이 아니라, 차분히 현상 자체가 생겨난 원인을 고심해보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