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자대학교가 교내 학생단체가 부착한 5.18 광주민주화운동 행사 포스터와 대자보를 강제 철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일 '성신여대 5.18 바람개비 준비단'은 17, 18양일 광주에서 열리는 5.18 전국대학생한마당 및 광주기행 안내 포스터와 5.18 민주화운동을 설명하는 대자보를 학내에 부착했다. 포스터와 대자보가 금새 사라지자 CCTV를 확인 한 결과 교직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파이낸셜 뉴스>의 관련보도에 따르면 학교측은 대자보 철거의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고 한다. 첫 째 5.18 행사 포스터 및 안내문이 선동적이라는 것이다. 둘 째 대자보에 등장하는 분신, 자살등의 내용이 선정적이고 잔인하다는 지적이다. 셋 째 포스터를 부착한 단체가 학교측의 공식 인가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을 상대로 활동비를 거두어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해명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첫 째 포스터 및 안내문의 문구가 선동적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학생들이 판단 할 문제다. 그저 단순한 안내포스터를 보고 선동적이라 지적하는 것 조차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설사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학교측의 자의적인 해석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마찬가지로 셋 째 문제 또한 사기를 목적으로 한 단체가 아닐 경우 돈을 내는 주체인 학생들이 자유롭게 판단해서 선택 할 문제다. 성신여대측의 이러한 강제력 행사는 학생들의 지적수준을 깔보는 행위다. 

둘 째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분신, 자살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혐오감을 느끼는 행위는 학교측의 낮은 역사인식을 그대로 나타 낼 반증일 뿐이다.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신군부의 학살에 항의해 스스로 몸을 던진 이들의 행위는 단순한 개인차원의 자해가 아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사회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가 그들의 희생에게 빚지고 있는 만큼 그들의 죽음은 더 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분신과 자살을 문제삼는 행위는 교회를 다니는 신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의 장면을 잔인하다고 생각하는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예수의 죽음은 기독교의 핵심적인 교리를 설명해주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기독교 신자가 될 수 없다. 예수의 죽음은 그 가치를 공유하는 내집단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전이되기 마련이다. 광주민주화운동 과정에서의 죽음을 선정성과 잔인함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이들이 과연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핵심적인 가치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지 먼저 되묻고 싶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