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험기간입니다! 시험기간! 만약 제가 지금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블로그에 글 쓸 생각은커녕 한 자라도 더 보려고 안간힘을 썼을 테지만, 저는 그 이름도 찬란한 '휴학생'인지라 이런 정신없는 기간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있답니다. 움하하하. 물론 학점 사수를 위해 오늘 하루도 불철주야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의 속을 살포시 뒤집어 놓기 위해 이런 염장글을 쓰는 건 아니예요. 전 아주 일반적인 휴학생 한 사람으로서, 시험기간을 맞는 자세에 대해 그저 이야기해 보고 싶었을 뿐이예요.

 
2.

 널널하다? 여유롭다? 한가하다? 당연히 시험을 보아야 하는 상황적인 압박에서 벗어났으니, 그에 따르는 일 역시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서관 자리를 맡으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갈 필요도 없고, 단권화시킨 노트에 밑줄 그으며 열심히 공부할 일도 없고, 시험과 시험 사이 겨우겨우 쪽잠 자며 잠 보충을 할 필요도 없으니 이 얼마나 '뽠타스틱'한 상황인가요. 계속해서 따라 다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전 지금 아주 행복한 입장이 아닐까요. 시험 때문에 고함 블로그에도 놀러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고함 사람들만 보더라도, '시험'이 주는 무게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요.


3.


 휴학생. 학교를 잠시 쉬고 있어 학업 상태를 유지하지 않고 있으며, 자기 시간이 매우 많음. 동시에 그 시간을 전부 자기가 알아서 쓸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음. 마음껏 부지런해져도, 마음껏 게을러져도 무관하며 시험, 발표, 팀플이라는 악마의 손길을 차갑고 도도하게 뿌리칠 수 있음. 알바를 하려고 해도 환영받으며 일단 공부 한 번 하기에도 집중하기 좋은 시기. 휴학생에 대해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이미지를 대강 정리해 봤는데요. 대부분 맞는 말입니다. 휴학생과 휴학 시기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를 어떻게, 뭘 하며 보냈나' 하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지난 3월부터 고함 편집장이 된 지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지는 입장이예요. 앞서 나왔던 얘기들 중에서 '마음껏 부지런해져도 무관한' 쪽인 거죠.



 
▲ 이거슨 본인(라별)의 일정이 정리된 수첩 4월달 페이지입니다.
못난 글씨는 자체 필터링해 주세요(__)



4.

 요즘 제 생활의 1순위는 고함20이예요. 얼마 전엔 고함20 대표 자격으로 이데일리 TV의 한 파일럿 프로그램 녹화를 마쳤고, 덕분에 알바 스케줄까지 바꾸었어요. 내일, 아니죠 어느새 오늘이네요. 오늘 아침에도 미팅이 있고 시험이 대략 끝나 가는 요번 주말에는 정식기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신입분들 교육도 해야 해요. 기사 쓰기, 발행 같이 필수적인 일은 두말 할 것도 없고요. 물론.....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가장 헤매고 있는 점은 늘 반성하고 있어요. 저도 제 이름표 달고 나가는 기사가 일주일에 서너 건은 됐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저도 나름 일 욕심 쩌는 녀자랍니다 ( ..) 그러나 현실은 시궁ㅋ창ㅋ이죠. 허허.

 뿐만 아니라 저는 어느덧 3학기만을 남겨 둔 고학년&고학번인지라 미래에 대한 준비도 당연히 차근차근 해야 됩니다^^.. 언론인이 되겠다는 꿈을 위해 고함20을 하며 살아 있는 경험을 쌓고 있지만, 동시에 영어 공부라든지 책읽기라든지 보통 대학생들이 신경 쓸 만한 일에도 관심을 끊으면 안 돼요. 물론 남들이 한다고 따라가는 건 아니예요. 영어는 지독히도 못하지만 끝끝내 정복하고 싶은 것 중 하나여서 올해를 '영어의 해'로 자체 지정했고, 책읽기 역시 제가 세운 제법 멋진 휴학 중 목표예요. 이동 시간 쪼개서 책을 읽으며 풍부한 산출을 뒷받침해 주는 투입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죠. 전화영어 고작 하루 10분밖에 안 하지만 나름대로 미리 강의 스크립트 읽어 보며 연습하고 문장 짜 보고, 숙제도 해야 해서 실제 소요되는 시간은 1시간 정도예요. 이것 갖곤 아무 것도 못하죠. 앞으로는 토익 공부나 무료 자료들 이용해서 영어랑 더 친숙해지려고 노력하려고요.

 업무적인 것, 학생으로서의 본분까지 얘기해 봤어요. 중요한 거 하나가 빠졌죠! 바로 사생활! 저도 사람이지 않습니까? 친구랑 수다도 좀 떨어야 되고 남자친구와 데이트도 해야 되죠. 숙원사업이었던 여행을 올 여름방학 안에 이루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요. 적어도 의사소통 도구로서 영어 실력을 더 늘려야 할 것이고, 꼼꼼하게 여행 계획도 짜야 할 것이며, 가장 중요한 경비를 모아야죠! 고정수입이 딱히 없는 학생 입장에서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아르바이트 하나죠. 다음 달부터 새로 시작할 알바를 찾기 위해 구인/구직 사이트 돌아다니며 눈 빨개지도록 지켜 봐야만 해요. 어질러진 방도 정리해야 하고. 밀린 싸이어리 일기도 써야 하고. 잔뜩 들고 온 잡지들도 쓱 훑어야 하고.


5.

 어쩜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 시험기간에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긴 건 사실이지만, 시험을 쳐야 하는 대학생들보다 아주 많이 편하진 않네요. 정기 회의 두 번 빠진 대신 다른 관계들을 맺기 위해 한 발 더 뛰어야 하고, 혹시나 구멍 날 수도 있는 기사 수급도 해 줘야 하고, 다음주부터 고함을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정상화시켜야 하니까요. 꿀맛 같은 휴가 주에 더 미친듯 책을 읽고, 소홀했던 블로그 관리도 좀 하고, 벚꽃이 다 지기 전에 구경도 가고 싶어요. 어이쿠. 물론 불가능하다는 걸 알아요. 일단 밀린 기사나 잘 쓰라고 일침을 날려 주실 거라는 것도 잘 알아요. 그래도 아무 이야기나 써도 되는 곳이니까, 좀 더 진솔한 '소소한 얘기'들을 할 수 있는 기자놀이터라서 이렇게 조심스럽게 고백해 봤어요. 시험기간을 맞는 휴학생의 처지 역시 만만치 않다는 걸 아주 쬐끔이나마 하소연하고 싶었거든요. 한 마디로, 이거슨 꿀맛 휴가도 그게 아닌 것도 아녀!

 




괜한 이야기+)
 

  다 써 놓고 나니까 시험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을 이들의 눈망울이 떠오르며, 왜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글을 썼는지에 대해 반성이 막 드네요. 그쵸. 제가 아무리 앓는 소리해도 절체절명의 운명인 시험느님을 맞은 여러분들과는 비교가 안 되겠죠. 흑흑. 어찌됐건 시험느님이 반 정도 모습을 드러내셨고 이제 반 정도만 더 드러내시고 사라지면 되니까, 마지막까지 힘내시길 바라요. 시험느님이랑만 놀지 말고 다음주부턴 저랑도 함께 해 주시구요. 그럼 전 이만 뻘소리 집어치우고 자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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