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고 모(25) 총학생회장이 성추행 때문에 자진 사퇴했다는 발표가 났다. 그는 얼마 전 여학생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행위를 했으며, 이후 당사자 간 원만한 해결로 마무리됐지만,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했다는 것이 시립대 커뮤니티 사이트에 총학생회가 게재한 글의 요지다. 연습실과 회식자리 등에서 남녀 제자들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의 모 여교수도 27일 해임됐다. 성희롱 의혹을 받고 이달 중순 학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가 결국 교수직을 박탈당한 것이다.

벌써 3주째 핵심적인 의혹에 대한 해명이 없는 ‘윤창중 사태’의 경우는 어떤가. 무려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도중 대사관 인턴 교포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그에게 가장 먼저 내려진 조치는 ‘경질’이었다. 말 그대로 직위를 갈아치운 것이다. 청와대 측에서 이 쯤 되면 사건이 일단락 지어졌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후속조치에 대해 아무 말 없을 수가 없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경질 조치를 받은 뒤 칩거하는 윤씨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는 철새 같다. 안전행정부는 이런 그를 돕기라도 하듯 성희롱 및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씨 개인에 대한 징계 조치는 그쯤하고, 앞으로 징계 조치에 조금 더 신경 쓰겠다는 말로 들린다.

성추행 범죄에 대한 처벌이 직권 박탈에 그치는 것은 지극히 피상적인 조치에 불과하며 범죄의 원인 판단을 오히려 교란한다. 그가 그 직위에 있지 않은 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거나, 저지르더라도 적어도 조직 전체의 명예를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편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판단에 지나지 않는다. 시립대나 한예종, 청와대 모두 이 점에서 공통적이다.

윤씨가 직위 박탈이라는 ‘징계’를 받기 이전에 가장 먼저 진상조사를 해 죄질을 정확히 진단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불구속 입건도, 심층 수사도 시행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공직기강 확립에 나서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성추행범 자체에 대한 법적, 윤리적 처벌 조처를 내렸어야 한다. 조직의 일원으로 ‘본분을 망각’하기 전에,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 개인 자체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겉도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정작 관심은 ‘파면이냐 면직이냐’로 쏠리는 세태는 우습지 않은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이번 조치가 명료하게 일단락될 때까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