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통폐합 열풍이다. 대학 학과들의 구조조정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나, 최근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문화예술철학과, 정치외교학과, 한문학과를 폐과하고 몇몇 학과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에 더해 동아대학교에서도 일부 학과를 폐지 및 통폐합 추진 중이라는 말이 들리면서 다시 통폐합 문제가 불거졌다.

학교 측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학생들도 예상 가능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교는 효율적이지 않다”거나 “학과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서다” 등, 쉽게 말해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필요 없고 몇 개 학과를 통합하면 학교 운영이 보다 수월해진다는 것이 이유다. 대학이 스스로를 학문의 장이 아니라 취업을 위한 학원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몇몇 학생들은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면 후일 본인들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임을 예감한 듯 학과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반대 근거는 ‘학문에 대한 자유’다. 통폐합 논란이 있을 때마다 “우리의 꿈이 자라는 터전을 없앤다.” 또는 “기초학문은 교육의 일선에 필요하며 이를 배울 기회를 침해하는 것은 권리에 대한 억압이며 건학이념에도 위배된다.” 등 관념적인 문구들이 다수 등장한다. 과연 이것이 학과 통폐합 반대의 가장 시급한 이유인가?

학교 측에서 학과 구조조정을 시행할 때 가장 불합리한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할 재학생들을 보호할 어떠한 방식도 적절하게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작 통폐합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서 학교의 독단성을 지적하는 언급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든 학생이 학교에 ‘공부다운 공부’를 하러 오지는 않으며 ‘순수하게 학문을 탐구하려는 정신’으로 입학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현실이다. 학과가 구조조정될 위기에 놓였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교 측과 대화를 시도하는 일이다. 통합 이후 커리큘럼의 변화는 어떠한 정도로 있는지, 폐지된다면 재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등 납득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수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때 학술과 인격의 가치를 말해도 늦지 않다. 대자보 내용의 수순을 바꾸지 않는 한 학교가 원하는 대로 결정된 사항을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통폐합에 대응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