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 부족으로 인해 떠들썩하다.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예비전력량이 400KW를 밑돌아 관심단계에 다다랐다. 전기 사용이 더 많아질 한여름에는 이를 넘어서 경계’, ‘심각단계에 이를 수도 있다. 정부는 전력수급대책을 발표하여 대규모 정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공공기관의 여름철 피크시간대 전력사용량 감축, 범국민 100W 줄이기 운동, 대형건물 냉방온도 제한, 전기절약 할인 인센티브 도입 등의 내용이 있다. 이 내용들에는 일관된 지점이 있다. ‘절약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이다.

전력수급이 부족한 이유는 원자력 업계에서 발견된 잇따른 부정행위 때문이다. 몇몇 원자력발전소에서 위조부품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이들 발전소의 가동이 한꺼번에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최대 전력수급량이 정상치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안전기준에 미달된 위조부품이 쓰였다는 것 자체도 개탄할 일인데, 더욱 황당한 것은 부품 위조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원자력 발전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그런 만큼 만반을 기해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해도 모자란데, 원자력 업계 전반에 부정이 만연해 있음이 드러났으니 그 동안 어떻게 관리되어 왔는지 심히 의문스럽다.

이런 배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절약에 방점을 둔 전력수급대책을 통해 업계의 부정행위로 인한 피해를 국민들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업체를 일벌백계하겠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절전은 국민들의 몫이다. 지금껏 정부 차원에서 만든 절전 캠페인 역시 대부분 가정에서의 절전 방법에 집중해 왔다. 물론 현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전기 절약이 맞다. 사용량이라도 줄여야 임박한 전력난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가정의 문제에 집중하다 보면 산업용 전기의 과소비, 원자력 업계의 부정행위 등 다른 전력난의 원인들을 제대로 짚지 못한다. 정부의 전력수급대책 중에 산업 및 상업시설에 대한 내용이 없는 건 아니다. 선택형 피크요금제, 절전규제 등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 시설에 대해 전기 사용의 제한을 두고 있다. 허나 이들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둘 다 특정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벌어졌을 때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닥쳐올 때 부랴부랴 땜질 처방만 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정부는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절전 캠페인이 잘 된다고 해도 매번 전력수급 부족 문제가 일어난다면 결국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산업용 전기세의 현실화, 원자력 업계의 부정행위 타파 등 단순히 절약을 넘는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 올 여름은 요 근래 가장 전력수급의 압박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상황이, 전력수급을 더욱 안정적으로 할 방법을 깊이 고민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은 더욱 더워질 것이고, 여름철 전기 사용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전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정부의 보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