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교들이 군사 관련 학과를 연이어 신설하고 있다. 얼마 전 자유전공학부 폐지를 강하게 추진한 충남대는 국립대 최초로 군사학과(군사학부 육군학 전공)를 신설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이 외에 국민대, 상명대, 우송대, 대전대, 서원대 등이 군사학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대학교는 작년 12, 육군본부의 일반 군사학과 및 컴퓨터·정보통신 군사학과 협약 대학 선발 공고에 지원했다. 현재 국내 4년제 대학 가운데 군사 관련 학과가 설치된 곳은 총 21곳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11개가 2011년 이후에 신설되었다.

군사학과 신설이 늘어나는 이유는 대학교와 학생들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대학교는 군사학과 설립을 통해 취업률을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인 취업처를 학생들에게 공급할 수 있다. 군사학과 재학생 상당수는 졸업 후 일선 군대의 장교로 임관하기 때문에, 취업률이 중요한 지표로 떠오른 요즘 대학교들에겐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학생들 역시 군사학과로 진학하면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니기에 학비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안정적인 취업처가 마련되는 만큼 스펙에 목을 매거나 진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ROTC나 사관학교, 일반 군대에 비해 규율도 훨씬 자유로워 학생들의 부담도 덜하다. 이처럼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 군사학과를 필요로 하고 있기에, 군사학과가 급속히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군사학과의 급증에는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우선 예비 장교들의 과잉공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삼군사관학교, 육군삼사관학교, ROTC, 학사장교, 군위탁장학생 등을 통해 대학교에서는 충분히 예비 장교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군사학과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조만간 장교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면서 군사학과의 필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군사학과에 주어지는 혜택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군사학과가 줄줄이 폐과되는 사태를 맞을 것이 우려된다.

군사학과의 급증이 현실의 팍팍함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지적할 부분이다. 교육부가 취업률을 부실대학 산정의 중요 지표로 설정하면서 대학교는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학과들을 연이어 신설하고 있다. 군사학과도 그런 경우다. 최근 군사학과 신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학교 상당수가 소위 지방대라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취업률이 위태로운 지방대가 취업률 제고를 위해 군사학과를 설치하는 것이다. 군사학과가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결국은 학비 부담과 취업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정말로 장교가 되려는 꿈을 품고 군사학과에 입학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군사학과가 학과 특성상 학비와 취업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언젠가부터 대학교가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되었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군사학과의 큰 인기는 대학교가 이제는 더욱 노골적으로 학생들의 취업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대학교들이 학과구조조정을 통해 순수/기초학문 관련 학과를 없애는 것과는 대비된다. 대학교가 취업률에 목을 매게 된 데에는 물론 부실대학 산정 기준에 취업률을 지나치게 중요한 위치에 놓은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대학교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고민하기는커녕, 현실에 적극적으로 타협하여 취업사관학교로 자신들을 맞춰 가는 대학교의 태도도 분명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