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논란은 국정원에 치명적이었다. 더불어 실직적인 수혜자인 여당 또한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국민적 여론이 다시 한 번 등을 돌리려하자 국정원과 여당은 보수 파답게 가장 보수적인 방법으로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북풍으로 가자는 것이다.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 마다 북풍은 항상 여당의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 선거 때는 표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었고 여론이 안 좋을 때는 외부로 시선을 돌리는데 좋았다. 아직까지 미공개로 남아있던 2004년의 NLL관련 회의록은 북풍을 일으킬 좋은 재료가 되었다.

NLL이 공개되자 대형 언론사 들은 적극 호응했다. 마치 70년대의 신문처럼 일제히 같은 헤드라인을 내놓았다. 盧 “NLL 바꿔야... 난 위원장님과 인식 같아”. 당장 북풍은 효과를 보았다.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은 NLL이라는 대형 이슈에 쉽게 가려졌다. 국정원의 정치개입도 한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화록은 실체가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실제로 공개된 내용은 모호하며 NLL에 대한 외교적인 발언이 있을 뿐 NLL의 전면적인 후퇴 같은 내용은 없었다.

6.25전쟁 63주년인 오늘, 북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북풍이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불고 있음은 자명하다. 국정원의 정치비리를 밝혀낸 직원은 해임 당하고 기소되었지만 NLL 문건을 유출한 이는 처벌의 대상은 아닌 것처럼 의도된 북풍에는 책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체 없는 북풍이 몰고 오게 될 것은 여당의 입지 강화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북풍이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정작 보아야 할 북한의 위협은 가리게 된다는 것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