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7일)은 법적으로 정해진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시한이다. 2013년 현재 최저임금은 4860원으로 작년에 비해 6.1% 인상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노동계는 21% 인상된 5910원을 주장하고 있고, 반면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입장 차가 극심한데다 전례를 보았을 때 최저임금 결정시한을 넘겨 최저임금이 확정되는 경우도 있어, 최저임금이 언제 결정될지 여부는 이번에도 미지수다.

매년 이 맘때만 되면 반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낮아도 너무 낮은 수준이다. OECD가 권고하는 최저임금 수준이 평균임금의 50%인 데 비해,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은 평균임금의 37%에 그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은 한 시간 일해서 버는 돈으로 자신들이 파는 커피 한 잔, 햄버거 세트 한 개를 사먹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낮게 설정되어 있으면서도 잘 지켜지지도 않는 최저임금은 청년들의 학업이나 정상적인 커리어에 지장을 주는 주범이기도 하다. 작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되고, 2011-2012년 국면에서 청년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었던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간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9명을 정부 추천으로 선임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는 정부의 의지가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공익위원 선임 방식을 정부의 일방적인 추천이 아니라, 시민단체의 참여를 통해 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는 이러한 현실에서 나온 것이다.

어쨌든, 최소한 이번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여전히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기본으로 소득분배 조정분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냈던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보고서에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두 가지 국정과제(합리적인 최저임금 최저인상률 가이드라인 마련, 중장기적인 적정 최저임금 수준 목표치 설정)가 포함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최저임금을 마감시한인 27일 내에 확실히 인상하여 공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던 공약을 뒤엎고 KTX 일부 민영화를 확정짓는 등 공약을 내팽개쳐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국정원, NLL 문제 등으로 정치 국면이 시끄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일수록 기본적인 공약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확실하고 화끈한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