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혐오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해졌는지 분석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 편에는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20대가 존재한다. 바로 20대 당원이다. 그 중에서도 대전에서 활동하는 20대 당원들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세 번째 순서는 통합진보당 당원인 곽영출(26)씨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전공 대학원생 곽영출입니다. 통합진보당에서 특별히 맡고 있는 것은 없는 평당원입니다.




Q. 정치에는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총학생회 활동을 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대학교 4학년 때 총학생회 중앙집행국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집회를 싫어하고 파업을 안 좋게 생각했었죠.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서만 사회나 정치에 대해 접했는데 데모, 파업을 부정적으로 그려내니깐 정말 그런 줄 알았어요. 남들은 취업이 안 돼서 걱정인데 직장에 다니면서 왜 파업을 하는지 이해를 못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서도 3학년 때까지는 밴드 동아리를 하며 바쁘게 지냈어요. 주로 음악 얘기를 했지, 정치 얘기를 하진 않았어요. 그러다 4학년 때 총학생회 활동을 하며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공부를 하면서 점점 정치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집회에 참여해보며 왜 파업을 할 수 밖에 없는지도 알게 됐고요. 5학년 때는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고 그 이후로 계속 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학생회를 하지 않았다면 아직도 정치에 관심이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Q. 총학생회 활동을 한 지 1년 만에 총학생회장 출마까지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일단 총학생회 활동이 재밌었습니다. 저의 활동으로 인해 학교가 하나하나 바뀌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한 총학생회 활동은 학내 정치라고 할 수 있어요. 학내 정치가 학생으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정치 활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총학생회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는데요. 그 친구들과 같이 한 번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총학생회장에 출마했었습니다.


Q. 그렇다면 통합진보당엔 언제 가입하셨나요?

총학생회장 임기 중에 정당에 가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되었기 때문에, 임기 중에 정당에 가입하면 문제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정당 가입을 미루다가 2012년에 통합진보당이 창당한 직후에 가입했습니다. 진보 정당들이 하나로 뭉쳐 총선을 잘 치러보자는 취지에 동감하여 힘을 보태기 위해 통합진보당에 가입했어요.


Q. 여러 정당 중 통합진보당에 가입하신 이유는 뭔가요?

통합진보당의 강령, 사상, 이념이 저와 가장 잘 맞았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창당하며 강령이 새로 만들어졌는데요. 강령을 가지고 주변 친구들과 토론을 해본 후에 이 정도 강령이면 내 생각과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통합진보당에서 만들려고 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전에 민주노동당 당원이었고 통합진보당 당원으로 넘어간 친구들과 친했고 잘 맞았기 때문이기도 해요.


Q. 정당에 가입한 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대학원생이라 시간이 많지 않아 정당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는 못했습니다. 주로 청년학생모임, 유성구 모임에 나가서 같이 회의를 하는 정도에요. 모임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할지를 얘기합니다.


Q. 정당 안에서 나이가 어린 20대여서 겪는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요?

딱히 불편한 건 못 느꼈습니다. 진보정당이어서 그런지 나이가 많다고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안 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토론을 할 때도 나이와 상관없이 할 말은 하는 분위기에요.


Q. 그런데 많은 20대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정치 혐오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잘못이라곤 말할 수 없지만 답답한 마음이 큽니다. 삶의 여러 부분이 정치와 관련되어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깐 정치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일상적으로 정치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그러질 못하는 것 같아요. 정치는 저 위에 있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특히 20대의 경우 스스로를 정치를 하면 안 되고 아직 더 배워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정치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등록금, 세금, 물가, 복지 등 먹고 사는 문제와 가장 관련이 많은 것이 정치라고 생각해요.


Q. 20대가 정치에서 해야 하는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적극적으로 여러 이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대의 대부분이 대학생인데요.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직장인에 비해 젊고, 시간이 많고, 정의감이 강합니다. 다른 세대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열심히 앞장서는 역할을 20대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20대는 굉장히 적은데요. 그나마도 적은 수의 20대가 정당 별로 나뉘어 따로 활동을 합니다. 20대 투표 독려, 등록금 문제 등 20대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정당에 상관없이 협력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각하는 바가 같고 문제의식에 동의한다면 충분히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같은 20대라고 해도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생각이 같다고 해도 해결책 또한 많이 다르고요. 해결책이 다른 경우에는 모여서 얘기를 해볼 수 있다고 봐요. 모여서 얘기해보면 좋을 텐데 왜 안 모여왔는지 의아하고 아쉽네요. 모이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Q.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에서 정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전에서 정치 활동을 한다는 게 어떤가요?

사람이 적고 관심도 적은 부분이 가장 어려워요. 행사를 열어보면 행사를 만드는 사람과 참여하는 사람 모두 많지 않아요. 대전의 지역 이슈에 대한 관심도 많이 떨어집니다. 서울에서는 무상급식이라는 지역 의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었죠. 박원순 시장이 뭔가를 한다고 하면 전국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기도 하고요. 그런데 대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대전 사람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대전의 각 정당들 또한 지역 의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합니다. 당 내에서도 주로 중앙 의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요. 대전의 지역 의제를 가지고 지역 정치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힘내자는 말이에요. 덧붙여서 늦게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늦지 않고, 이 길로 갔다가 저 길로 갔다가 방황해도 틀린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현실을 바꿔보자고 말하고 싶네요. 말해놓고 보니깐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이야기 같네요. 그런 의도는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