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혐오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해졌는지 분석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 편에는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20대가 존재한다. 바로 20대 당원이다. 그 중에서도 대전에서 활동하는 20대 당원들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섯 번째 순서는 진보신당 당원인 오민섭(25)씨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를 잉여롭게 사는 대학생 오민섭입니다. 진보신당 대전시당에서는 유성구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대의원 선거에 나갔는데 낙선하여 운영위원이 됐습니다.




Q.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진보신당에 가입하기 전에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진보신당에 가입하면서 그래도 당원인데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정치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 전에는 정치보다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파업 현장을 자주 따라다녔어요. 노동자 권익 보장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웠죠. 고등학교 때는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동아리 활동을 1년 정도 했습니다.


Q. 그러면 진보신당에는 언제 가입하셨나요?

2009년에 가입했습니다. 2009년에 대학을 대전으로 왔어요.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처음 온 곳이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어요. 그러다 알게 된 형이 진보신당에서 청년들이 대학 강연회를 열어보려 한다며 같이 준비해보자고 했어요. 강연회 준비 2번째 모임을 진보신당 당사에서 했고, 이 때 당원 가입서를 썼습니다. 진보신당이 어떤 정당인지 정확히 모른 채 가입을 했죠. 여러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가입했어요. 저를 진보신당에 가입시킨 형은 2012년에 통합진보당으로 떠났고 지금은 진보정의당에 있어요.


Q. 2012년에 진보신당 당원들이 통합진보당으로 많이 옮겨갈 때 진보신당에 계속 남은 이유는 뭔가요?

통합진보당보다는 진보신당이 저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보신당에서는 성소수자, 장애인 등 여러 소수자를 위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전 세계적인 비핵화 등에 대해 얘기해도 소통이 되고요. 북한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요. 또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고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진보신당에서도 제대로 한 게 없고 실패의 경험이 많은데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과연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통합진보당은 여러 정파가 모인 곳이라 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데 그 중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요.


Q. 진보신당 대전시당에는 청년위원회가 있나요?

청년위원회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당원 수가 적어서 청년위원회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청년위원회를 만들어보려고 했었는데 청년 당원들에게 연락이 잘 안되더라고요.


Q. 그렇다면 정당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주로 파업 현장을 갔습니다. 당에서 주최하는 행사나 강연회, 회의가 있으면 참가했고요.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 주로 잡일을 했어요. 최근에는 차별철폐 대행진을 하면서 이마트 노동조합을 홍보하는 유인물을 나눠 드렸어요. 집회 현장에 가면 깔개를 나눠드리고, 강연회에 가면 짐을 나르고 정리를 도와드리는 일을 했죠. 선거운동에도 참여했어요. 2010년 지방선거 때는 선거운동원을 하며 학점을 말아 먹었죠. 작년 총선 때는 자원봉사자로 선거운동에 참여했고요.


Q. 정당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요?

파업 현장에서 노동조합 조합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은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전에 있는 정당 중에서 진보신당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져준다는 얘기를 들으면 뿌듯해요.


Q. 정당 안에서 나이가 어린 20대여서 겪는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요?

전혀 없습니다. 나이에 따른 권위주의를 보이시는 분이 있으면 제가 대놓고 싫어해요. 그러면 대개 죄송하다고 하세요. 처음에 진보신당에 왔을 때 나이가 훨씬 많으신 분들이 제게 존댓말을 쓰셨어요. 처음엔 문화가 약간 다르다는 생각을 하다가 점차 존댓말을 왜 쓰는 건지 깨달았어요. 다 같이 존댓말을 쓰니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저도 처음 보는 사람에겐 무조건 존댓말을 써요. 심지어 초등학생한테도 존댓말로 말해요. 간혹 존댓말을 쓰면 덜 친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는데, 저는 존댓말을 써도 충분히 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진보 정당에서 평등을 외치는데요. 정작 자기 생활 속에서 말과 행동을 바꾸진 않더라고요.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런데 많은 20대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정치 혐오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저 같은 경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영향으로 노동 문제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아요. 경험이 아예 없다보니 정치가 나에게 어떤 걸 가져다줄지 모릅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지, 정치에 관심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다고 경험을 하지 못한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개인이 보고 듣는 것은 주변 환경에 의해 저절로 결정되는 부분이 많아요.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힘든 환경을 만든 사회에 책임이 있습니다.


Q. 20대가 정치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20대에게 역할을 주문하기 이전에 여유가 먼저 주어져야 해요. 당장 다음 학기에 내야할 등록금이 없는 20대는 정치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주위에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볼 수 있어요. 여유조차 없이 살아가는 20대를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해선 안 됩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정말 말도 안 돼요. 누구나 상처를 받으면 아픕니다. 젊기 때문에 치유가 빨리 될 순 있으나 상처는 남아요. 단지 나이가 적다고 실패해도 된다는 말은 정말 웃겨요.


Q.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20대는 굉장히 적은데요. 그나마도 적은 수의 20대가 정당 별로 나뉘어 따로 활동을 합니다. 20대 투표 독려, 등록금 문제 등 20대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정당에 상관없이 협력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른 정당들과 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얘기든 소수가 주장한다고 해서 묵살해버리지 않는 의사 결정 구조만 갖춰진다면요. 서로 자기주장만 해선 안 돼요.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가 더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걸 발전시키며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의사 결정 구조가 없기 때문에 계속 모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Q.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에서 정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전에서 정치 활동을 한다는 게 어떤가요?

일단 사람이 정말 없습니다. 맨날 보이는 사람만 보여요. 게다가 안 그래도 사람이 적은데 정파가 다르기 때문에 같이 하지 못할 거란 짐작으로 연락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간혹 대전보다 서울의 판이 크니깐, 몸은 대전에 있는데 활동은 서울에서 하시는 분도 있는데요. 굉장히 아쉬워요. 희망버스가 그랬듯 지역에 있는 활동이 판이 커지면서 전국적인 문제가 되는 거예요. 대전의 문제에 대전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다른 지역 사람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Q. 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치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냥 소리라도 쳤으면 좋겠어요. 소리라도 치지 않으면 자기 혼자 쌓고 있는 건데, 그런다고 자신의 환경이 바뀌진 않습니다. 자신만 곪아가고 병들어가는 거예요. 내가 왜 아프고, 어떻게 아픈지를 얘기하면 주변과 세상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