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안다.” 한윤형은 한국의 작가 중 ‘이진경’ 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말은 책의 저자 한윤형 에게 해당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는 책 <88만원 세대>이후 무수하게 양산된 세대담론의 홍수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잡은 사람이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20대에 대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씌우고 그들 입맛에 맞는 20대를 만들고 있을시 그런 부당한 이미지에 맞서 싸워왔다.
 

그는 날것그대로의 20대의 상황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통의 20대들은 모르는 담론 속에 갇혀버렸다. 소수의 오타쿠들을 제외한다면 20대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 동시에 부모님의 압박에서 벗어나는데 바쁘다. 20대 담론을 양산하는 자들이 뭐라 하던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윤형이 말하듯이 20대는 “모두 각자의 방에 처박혀 있는” 상황이다. 

 

ⓒ http://blog.ohmynews.com/specialin/tag/

                                               

모두 각자의 관심에 몰두한 현재의 모습은 역설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20대에 대한 부당한 담론에 대해 맞서 싸우는 한윤형의 목소리에 당사자들이 세대담론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역설적 상황 말이다. 한윤형은 20대를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선  웹툰에 대한 비평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 청춘세대들이 가장관심 있어 하는 문화에 대한 비평이 시작돼야 청춘들에 대한 정확한 비평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웹툰 비평을 웹툰을 읽는 독자가 관심을 갖지 않은 점이 문제 인 것처럼 누가 20대에 대한 비평을 하더라도 그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 결과로 현재 당사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세대담론 구조가 형성돼 있다.
 

88만원 세대이후 세대 담론 맥락상 의미 있는 당사자 운동을 만들어낸 사례들은 존재한다. 청년유니온과 같은 세대별 노조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 외에도 김예슬과 같은 20대를 짓누르는 대표적인 문제인 대학교에 대한 비판이 사회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분명히 20대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현실의 조건은 녹녹치 않다. 한윤형이 지적하듯이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는 ‘세계 없음‘이 근원적 조건이며 우리는 그곳에 살기 때문이다. 또래 집단들 대화의 80퍼센트 이상이 연애,성형,취업 인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공통의 소통 토대가 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 의미 있는 당사자 운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게토 그 이상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부분이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 어크로스


책에서 보여주는 미덕은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실을 분석하는 것 이외에도 일상에서 걷어 올린 통찰을 독자와 공유하려고 노력 하는 점이다.  누군가 자신의 책이 너무 어렵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 점을 인식 한 것인지 아니면 대중서 이기 때문에 책을 팔려는 목적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책은 일상에서 얻은 경험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바로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와 내밀한 고백이다. 동네 슈퍼를 이용하며 내 주변의 이웃을 살리자는 좋은 취지는 현실에선 불편하다. 모든 동네슈퍼에 해당되지 않지만 주인의 불친절함과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부족은 동네슈퍼의 단점이다. 그에 비해 SSM에 들어가면 정이라는 것을 느낄 순 없지만 자신이 원하는 정확한 물건을 소비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사실 동네슈퍼 아줌마나 아저씨와 쌓는 인간관계를 그려내는 대다수 담론은 환상이다. 물건을 사면 하나를 더 얹어주는 그런 정감 있는 모습은 매체가 그려내며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을 반영한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생존해야한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입장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게 그들의 생존조건 아닌가? 그리고 대다수 20대는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가난하다. 20대는 한 푼이라도 더 아껴야 하는 게 합리적이다. 등록금은 OECD국가 내에서 최고 수치를 갱신하고 있으며 부모님에게 부채의식을 지니는 대다수 20대의 합리적 소비패턴은 SSM으로 향하는 방법 외엔 없다. 결국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들이 사회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구성의 오류에 빠진 셈인 것이다.

ⓒ http://parkya.tistory.com/191


아쉬운 점은 그도 20대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 저자는 88만원세대가 먹고살만한 중산층을 타깃으로 만들어낸 담론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세대담론의 한계는 대학진학을  한 80% 이외의 20대의 모습과 목소리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20%속하는 그들은 분명 80%가 안고 가는 등록금 문제를 비켜간다. 그러나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을 안고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 간혹 언론에서 비춰주는 모습을 빼곤 보이지 않는다. 한윤형도 그런 세대담론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지만 저자 자신도 목소리 없는 그들을 보여 주진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적절한 방법은 당사자가 목소리를 내고 매체는 그들의 목소리를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다.  80%가 아닌 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위한 노력이 사회에 비첬을시 20대 문제는 온전히 드러날 것이며 차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