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전체 참의원 수(242)의 절반에 못 미친 115석을 획득했다. 자민당의 전통적인 연정파트너인 공명당의 의석수 20석을 합치면 총 의석수 절반이 넘는 거대여당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개헌지지파인 일본유신회(9), 다함께당(18)을 더하면 개헌선인 162석에 도달한다. 이미 자민당은 하원격인 중의원 선거에서도 전체 의석수의 절반을 넘는 294석을 얻은 바 있다. 공명당의 31석과 합치면 개헌가능 의석인 320석을 가볍게 넘긴다. 보수정당이 참의원, 중의원 모두를 장악함에 따라 일본의 우경화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태다.

2007년, 2009년 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를 당한 자민당은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베 총리가 주창하는 '윤전기'정책의 핵심은 엔화를 무한정 찍어내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어 경제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과감한 금융완화와 대대적인 재정부양, 공격적인 수출정책은 일본여론의 호평을 받으며 자민당 지지율의 핵심이 되었다. 자민당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민주당이 뚜렷한 정책제시 없이 무능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실패했을 때다. 자민당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양적완화정책이 언제까지 성공가도를 달릴지는 미지수이다. 이미 지난 5월 닛케이 지수 폭락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고 제조업 기업이 늘어난 영업이익에 비해 매출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적완화정책이 심각한 물가상승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 있어 물가상승은 노인층에 직접적인 위협요소로 작용한다. 양적완화로도 실물경제 성장이 충분한 탄력을 받지 못한다면 물가폭탄의 여파는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아베노믹스가 실패한다면 자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 강력한 국가주도 경제정책으로 단맛을 맛본 자민당은 지지율 보전을 위해 우익적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보수계열 정파의 의석수가 헌법개정이 가능한 의석수를 넘은 상태이며 일부 극우정당은 공공연하게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아베 총리의 과거 행적은 일본의 우경화 가능성이 이미 충분함을 시사한다. 북한, 한국, 중국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지지율을 챙긴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비슷한 행보를 밟을 것이다.

자위대가 발표한 일본방위백서의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2012년도 일본방위백서에서 등장한 "평화는 방위력과 외교노력을 종합적으로 동원해 확보 할 수 있다."는 내용이 2013년도에는 "외교노력 등 비군사적 수단만으로는 만일의 침략을 배제할 수 없다."로 바뀌었다. 하나의 문장일 뿐이지만 일본의 정세를 봤을 때 결코 쉽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