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관한 새 대책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23일 교육부가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심의․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논쟁의 중심에 오른 주요 내용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록 유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내년 2월 졸업생부터 기록 유지 기한이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며, 가해자가 반성하고 행동변화를 보였는지 여부를 심의해 졸업 직후 삭제할 수도 있게 됐다. 지난해 3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가 시작된 이후 교육계에서는 과잉 처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왔다.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제도의 개정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학교폭력 대책의 노선이 변화된 것에는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침해를 막고 보편적인 인권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변화는 일단 환영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여론은 차가웠다. 반성의 여부를 측정할 수 없다는 근거에서부터 시작해,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러한 ‘기록 삭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반의 여론은 범죄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적 접근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흉악 사건’들이 있을 때마다 범죄를 엄벌주의를 통해 다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져 왔다. 특히 사형의 집행을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도 꽤나 큰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엄벌주의가 진짜 효과가 있는 정책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검토되고 있지 않다. 범죄학의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공식기관의 처벌, 즉 엄벌을 강조하는 ‘억제이론’은 재검토되어야 할 많은 여지를 포함하고 있다. 사형의 경우 범죄억제에 단기적인 효과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견해도 있다. 사형제도 폐지 후 살인 등 강력범죄의 발생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엄벌주의에 대한 충분한 반대 근거가 된다.

범죄를 다루는 기본 목적이 ‘가해자 벌주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범죄 예방’에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엄벌주의는 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엄벌주의는 가해자에 대한 과도한 인권 침해와 ‘낙인 효과’라는 또 다른 인권 침해를 낳는다. 얼굴형 등의 신체 특성, 유전, 지능, 성격 등인간의 어떤 내적 특질들이 범죄자와 연관된다는 설명은 잘못된 차별을 낳는 원인이 되어 왔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주의적인 관점도 범죄자에 대한 내적 특질론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결국 한 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타고난 범죄자’일 것이라는 인과가 증명되지 않은 논리에 기댄다는 점에서 그렇다.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적 관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사회가 어떠한 맥락에서 범죄나 학교 폭력들을 만들어가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려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