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충남 태안 안면도의 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 사체로 발견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그렇듯, 언론은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따져 묻고 ‘어른’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다. 주요 일간지들의 사설을 훑어보면 이번 사건의 원인과 대책은 주로 ‘제도적 미비’를 보완하는 선에서 정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감시와 감독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사 해병대캠프가 난립하는 상황을 정리한다며 해병대는 ‘해병대 캠프’에 대한 상표명 출원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진단은 진짜 문제인 ‘청소년 극기훈련’ 자체의 문제를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건의 원인을 읽어내려는 시도는 경향신문 외의 다른 언론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상명하복’이 문제였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생존 학생들의 증언을 토대로 상황을 복기해보면, 학생들은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 상태에서도 교관들을 믿고 교관들의 지시에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험을 느낀 상태에서도 교관의 지시에 불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련회’ 라는 이름 아래에서 진행되는 모든 체험 활동에서 학생들은 교관의 명령에 복종하도록 되어 있다. 절대 권력인 교관들에게 복종하지 않을 시 벌에 처하게 된다는 것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입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관이 이성적으로 옳지 않은 명령을 내릴 때 이에 저항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밀그램의 복종 실험과 같은 심리학의 전통적인 실험결과만 보더라도 상황은 빤하다. 상명하복의 원칙이 문제가 되는 것은 모든 ‘수련회’ 상황에서 공통적이다. 사설 무허가 업체냐 허가 업체냐, 혹은 해병대가 직접 진행하는 캠프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감시 감독을 받느냐 역시도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각급 학교에서 필수적인 통과의례 행사처럼 진행되고 있는 ‘수련회’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신력 강화, 공동체 정신 함양과 같은 그럴듯한 목적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비상식적인 교육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야 한다. 지금의 군대식 수련회에는 매우 비상식적인 전체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다. 일단 별별 이유를 만들어가며 단체기합을 주고, 모든 활동에 있어서 연대책임을 지게 한다. 이는 공동체 정신을 기르는 계기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벌을 받는 빌미를 제공하는 학생들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기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교관들은 무력을 동원해 학생들을 복종시키고 굴복시킨다. 평소 선생님들에게도 ‘체벌권 없음’을 근거로 까불던 학생들도 수련회에서는 얌전해진다. 무력 앞에서만 말을 잘 듣는 ‘노예근성 있는 아이’가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인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촛불을 들고 부모님 생각을 하는 야간 집합 시간은 다양한 집안 환경의 학생들에게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

일정 기간 동안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정신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상한 발상이 군대식 수련회가 자연스러운 문화가 된 사회를 낳았다. 그리고 그런 군대식 수련회가 이러한 참극의 빌미를 마련했다. 교사들, 교육 공무원들,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학교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소망하고 있다면,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 삼아 반드시 군대식 수련회 자체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